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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4. 2024

영국 학교와의 소통방법

2024년 4월 4일 목요일

내가 주재원으로 부임하고 3개월 뒤 가족들이 영국에 도착했고, 큰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조금 배우기는 했지만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라고 봐도 되는 수준이었다.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늘 아이에게 학교에서 어땠는지 묻는다. 다행히 아이는 하루하루 잘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6개월 정도 지나자 아이의 영어 문제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고, 친구들도 여럿 사귀며 영국의 보통 아이들처럼 잘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매우 화가 나고 창피했다는 말을 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선생님의 언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었고,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학교에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알아보니 선생님과 직접 소통할 방법은 찾을 수 없었고, 학교 행정실에 연락을 하거나 학교 이메일로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나는 즉시 문서를 작성했다. 아이로부터 들은 내용, 사실 여부 확인, 사실일 경우 학교 조치 계획 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작성하여 이메일을 송부했다. 문서는 분쟁 발생 시 강한 근거 자료가 되기에 나는 문서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며칠 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아이의 말이 사실이며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아이와 부모에 대한 사과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선생님의 전화 연락도 받았다.


작년, 학교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들을 접하면서 영국에서 경험한 학교와 부모 간의 소통 및 조치 방식이 적용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는 행정실이나 문서를 통해 학교에 내용을 전달하고, 학교는 학교장이 중심이 되어 문서 등으로 부모에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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