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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4. 2024

영국 의료시스템 - NHS

2024년 4월 4일 목요일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로 불리며, 정부 주도로 운영된다.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일차적으로 NHS 산하의 보건소나 병원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사립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NHS 병원에서 소견서(REFERENCE)를 받아야 한다.


주재원 2년 차에 아내가 감기에 걸려 한참을 고생한 적이 있는데, NHS가 한몫을 했다. 감기 초기에 NHS 보건소에 갔었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 일주일 후 다시 방문하라고 한다. 재방문 시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푹 쉬라는 말만 한다.


NHS 보건소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웠기에 NHS 상급병원으로 가게 된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이상이 없다며 돌아가라고 한다. 증상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CT 촬영을 요구했으나, NHS 매뉴얼상 현 상태에서는 촬영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는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소견서를 요구했다.


소견서를 받자마자 사립병원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로 예약을 잡았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자, 즉시 CT 촬영을 지시한다. 오래지 않아 촬영 결과가 나왔고 의사가 황당해한다. 폐렴이 있었는데 거의 치유가 되어가고 있으며, 갈비뼈 여러 군데에 금이 가 있다는 설명이다.(기침을 장기간 많이 하면 갈비뼈에 실금이 가기도 함)


다음은 나의 케이스다. 주재원 3년 차에 소화장애 증상이 악화돼 NHS 병원을 찾았다. 위내시경을 요구했더니, 아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뉴얼상 해당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는다. 당시 제일 빠르게 위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NHS 병원에서 한 달간 치료를 받은 후에 소견서를 받아 사립병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현지인들 중에도 NHS 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현지인 친구는 다리가 부러져 NHS 병원에 갔는데 6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빨리 조치를 해달라고 하자 다리 부러진 건 별거 아니라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주재원 시절 의료사고와 관련되어 여러 가지 기사들을 접하게 되었다. NHS 병원들이 치료할 수 없다며 핑퐁을 치는 바람에 앰뷸런스로 이동 중 사망하거나, 출산이 임박하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진 임산부가 병원을 나와 얼마 가지 못하고 병원 앞 잔디밭에서 아이를 낳는 등의 내용들이다.


NHS 시스템은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 의료시스템과 비교해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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