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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5. 2024

유로터널에서의 사고

2024년 4월 5일 금요일

영국에서 4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프랑스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 갈 때마다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기차를 이용했다. 차에 탄 채로 기차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며, 기차 안에는 수많은 차들이 일렬로 늘어서게 된다.


어느 날 아이들을 프랑스에 있는 디즈니랜드에 데려가기 위해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차를 가지고 유로터널 기차에 올랐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을 통과하는 기차로 이동 시간이 30-40분 정도로 짧기에 사실 타자마자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기차가 프랑스에 도착하고 기차의 제일 앞쪽의 문 하나가 열린다. 이 문 하나를 통해 차량이 하나씩 하차를 시작한다. 우리 차의 순서는 10번째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차 준비를 하기 위해 시동을 켠다.


그런데 시동이 켜지지 않는다. 계속 시도를 해보지만 변화가 없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았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차에서 내려 뒤를 보니 수많은 차들이 우리 차가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뇌가 작동하지 않았다.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있었다. 몇 분이 흐르고 차량이 하차하는 그 길을 통해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뛰어온다. 여성 직원 분이 다가와 진심 어린 표정과 말투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한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고요하다. 누구 하나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피는 사람이 없다. 그저 차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남자 직원 분이 차를 살펴보더니 밀어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가족들은 차에서 내려 걸어서 이동을 했고, 그 남자 직원분과 나는 차를 밀어 차를 기차 밖으로 이동시켰다. 기차 밖에는 이미 배터리 점프를 위해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곳을 떠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 여직원 분과 차 안에서 조용히 기다려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타인의 실수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를 점검해 보게 되었고, 특히 아이들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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