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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05. 2024

영국에는 도둑이 많다

2024년 4월 5일 금요일

토요일 새벽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아내는 다급한 목소리로 1층에 인기척이 있다고 말한다. 아내의 말대로 뭔가 소리가 들린다. 야구방망이와 같은 방어 장비가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1층으로 내려간다.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데 누군가 후다닥 뛰쳐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빠르게 내려가 문을 통해 확인해 보니,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사력을 다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내를 안심시키고 분실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다행히 귀중품 등은 한국에 남겨두고 왔기에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 모든 상황을 확인 후 경찰에 신고를 했고, 약 한 시간 뒤에 경찰이 왔다.


경찰은 우리 집 외에 동일 지역의 몇몇 집에서 같은 이유로 신고를 받았다고 얘기해 준다. 경찰은 이런 좀도둑들은 잡기가 어렵다는 말과, CCTV 등 보안을 강화하라는 얘기를 남기고 떠난다.


회사에 모든 내용을 통보하고 과거 동일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확인해 본다. 과거 몇몇 주재원들의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나의 케이스가 특이한 점은 사람이 있을 때 도둑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사건 이후 아내와 아이들이 불안해한다. 가족들의 심리적 안정과 재발 방지를 위해 CCTV 설치 등 보안조치 강화를 집주인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비용문제로 거부당한다. 이후 보안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일들로 집주인과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어 결국 이사를 하게 된다.


새로운 집은 이전 집에 비해 월세가 훨씬 비쌌지만, 보안상태는 월등하게 좋았다. 그러나 마음을 놓고 지내던 중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이사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창 밖으로 후드티를 입은 남자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즉시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방범 라이트를 켜고 뛰쳐나간다. 거의 순간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그 남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이웃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일일이 주변 집들에 방문하여 전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이 날 이후 각 집들의 보안이 CCTV 추가 설치 등으로 더욱 강화되었고, 덕분에 주재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추천으로 집에 머물게 후임 주재원이 도둑을 맞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아파트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일반 주택과 비교해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 그중에서 보안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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