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by 손영호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친구가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받은 꽃 사진을 보여주었다. 난 ‘꽃은 무슨. 이번 여행을 결혼기념일 행사로 갈음하자’며 그냥 그렇게 넘겨버렸다. 난 결혼 이후 아내에게 꽃을 선물한 기억이 없다. 아마도 한두 번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생일은 나름 신경 써서 챙겨주었지만 결혼기념일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외식 정도의 형식적인 이벤트로 넘겨왔다. 그러나 저녁에 아내가 잠든 모습을 보며 왠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꽃 얘기를 했을 때 더 화려하고 예쁜 꽃을 준비하겠다고 얘기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기념일 선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의 퇴직에 따른 정기적 소득 단절이 아내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아내는 내가 퇴직을 결정할 때 전적으로 나를 믿어주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원했다. 아내 입장에서는 안정된 삶을 위해 내가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좋았을 텐데 오히려 나를 지지해 주었다. 쉽지 않은 일이라서 난 아내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아내에게 고마운 것들이 너무도 많다. 우선 아이 셋을 감당하면서 잘 양육해 주었다. 특히 고마운 것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게 잘 자라게 해 주었다.


아내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사치가 없다. 내 월급으로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사치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였지만 늘 부족하지 않다며 불평 없이 잘 따라와 주었다. 덕분에 월급에서 일부 금액을 지속적으로 모을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것도 아내의 역할이 크다. 밝은 성격이고 예민하지 않고 걱정이 적은 스타일이라서 가족 모두에게 밝은 기운과 안정감을 준다.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아내가 넘치게 채워주고 있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가장 고마운 것은 늘 나와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일이나 외부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같이 해주고 있다. 아내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며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선물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결혼기념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일이다. 만남을 기념하고 지나온 날에 대하여 서로 감사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함께 꿈꾸는 시간으로 생각해 본다면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니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에는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이 담긴 기념일을 보내고 싶다. 늘 하던 외식 외에 좀 무리가 되더라도 큰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다. 그리고 케이크를 준비해서 아이들과도 우리의 결혼을 기념하고 대화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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