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호] 여섯째주, OHMJ : 해와 달

겨울호 여섯번째 주제 : 일월(해와 달)

by 어느 저자

1.
여행을 다니던적의 일이다.
지금 떠올려보자면 참 꿈을 꾼것 같다는 표현 이상 할 수 없는 시절이었지만, 짧은 여행이 아닌만큼 여행은 나에게 일상이 되었고 내가 살던 곳의 일상이 먼나라의 여행처럼 느껴졌다. 이제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여행이 된 시절이었다.
중남미여행을 막 끝내고, 미국으로 올라와 미국 서부 여행을 시작하며, 여행에서 만났던 많은 친구들, 특히 남미를 함께 해준 형과 누나와 함께 걷던 길을 이제는 서로 떨어져 다른 길을 가야한다는게 너무 아쉬웠다.

서로 다른 궤도의 유성우들, 함께한 접점을 끝으로 평생을 추억으로 남겨야하는 그 아쉬움들. 그와 더불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들, 보고싶은 얼굴들, 내 방 침대와 자주먹던 한국 음식들, 심지어는 그냥 한국 그 자체가 사무치게, 사무치게 밀려 들어오던 시기.


샌프란시스코의 예쁜 언덕길들, LA의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어머니 아버지처럼 아침을 챙겨주시던, 뭐 했는지 꼭 물어봐주시던 호스트분들. 저 구석에 놓고, 정말 필요할때만 뿌리던 향수병이 이윽고 퍽 하고 터져 버렸다. 그간 참으로 많이도 담아왔는지 자꾸만 흐르고 흘렀다. 또 일상처럼 도시를 옮겨 나는 이윽고 꿈에 그리던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정말 ‘삐까뻔쩍’한 도시. 사막위에 어둠이 드리워도 홀로 불이 꺼지지 않고, 고층빌딩과 수 많은 유흥거리, 한껏 들뜬 사람들.
나는 그 무엇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돈이 없었고, 더더욱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그 화려함은 나를 더 꾹 눌러 작아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게스트하우스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잡은 제일 싼 호텔은 그 뜨거운 사막을 40분은 걸어야했다.
기분 좋지않은 냄새가 밴 커튼과 카펫바닥이 정신을 아득하게해, 호텔에서 웰컴드링크로 줬던 맥주를 들고 담배를 꺼내 물고는 공허한 속을 달래려 노력했다.


-


그리운 얼굴들을, 음성들을 추억속에서 뽑아 눈과 귀로 스며넣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일종의 감기이랴.
이유없이 콜록대는 감기이랴.
연신 그리움의 열병을 앓았다.

그리움은 침대의 그림자.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야경이 되어 건조한 공기속 침대에 몸을 뉘이면
서늘하게 스며들어 어깨를 포근히 감싸안고 침대속으로 끌어당겨
뭉근한 기억속으로, 기억속으로.
새벽안개 짙게 낀 오솔길을 혼자 걷게한다.
안개에 소매 젖는줄 모르고 걷가 깨어보면
이 순간도 추억이 되어
평생을 그리워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2019.06.13 라스베가스에서 / OH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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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자는 밤하늘에 노크를 해 달이 어디있는지 찾았다. 달은 나를 충분히 슬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감정을 한 바탕 쏟아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바라는 소원들을 묵묵히 들어주고는 항상 보름달은 알았다는 동그라미를 초승달은 옅은 미소를 띄워줬다.


2.
여행을 하다보면 일출에 상당한 시간을 쏟게 된다.
'와이나포토시' 라는 산의 정상 어택시간은 00:30.

하얀 설산위에 달이 떴다. 정상에 겨우 올랐지만 눈보라가 몰아쳐 결국 일출을 보지 못했다. 간밤 나의 간절함을 들어주던 달은 일출에만 집중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

태어난다
서서히, 부지런히 올라
정오를 알리면 남은 일은
다시 태어날 준비

매일을 숙명처럼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미련을 토해내며
붉게 훗날을 기약하는 것
가장 붉은 밑바닥을 토해내면

떠오른다
보름마다 야속하게 차오른 살은
제 스스로를 깎아 내야하는 고통일 뿐
그렇게 다시 보름 깎아내면
다시 고통 속에서 낡은 생명이 태어난다

낡음이 주는 새로움은 그 숙명을 아는
권태의 도돌이표
밝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달은 무슨 생각을 할 것 인가

다시금 권태의 고통을 약속한다.


달이 이르기를 / OH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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