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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변하고 있다

여긴 어디?

by 등대지기

달콤히 익어가는 빵 냄새가 난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내 몸을 뒤척이게 하며 깨운다. 깨질듯한 머리를 쥐어짜며 뜨이지 않는 눈을 억지스레 떠 보니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 내 눈을 의심했다.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식은땀이 흐르더니 머릿속에 무거운 바위가 얹혀 있는 듯 무겁기만 하다. 누렇게 변해 있는 낯선 천장, 그리고 사방에 걸려 있는 거미줄 사이로 굶어 죽었는지 길을 잃어 죽었는지 시체조차 알 수 있는 거미 몇 마리가 포개져 있다.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려고 했는지 날개가 없는 파리 몇 마리도 거미줄에 처참하게 말라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이고, 내가 왜 이 허물어 가는 작은방에 1주일이 아닌 10일도 더 길게 입고 있었던 사방으로 구멍 난 사각팬티 한 장 만 걸진 채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방구석 먼지 쌓인 작은 테이블 위에 음식물 찌꺼기로 득지득지 묻은 제목조차 알 수 없는 책을

펼쳐본다. 책을 보고자 했던 게 아니라 여기가 누구의 집인지 알고 싶었다. 벽에 걸린 사진조차 없었기에 이 집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벌레 똥이 묻어 있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의 꼬락서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해 보인다. 이 꼴로 바가지 하나 들고 육교 밑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행복할 거 같다. 다시 정신을 차려고 의지를 가졌지만 앞으로 가고자 했던 발걸음이 뒤로 먼저 가는 게 어제 하루 종일 도대체 얼마의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있었다. 미친놈!! 미친놈. 아 이 미친놈 미친놈, 아무리 백수에 할 일 없어도 길 잃은 어린 고양이 마냥 술 쳐 먹고 아무도 모르는 이 집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했지만 배터리와 본체가 분리된 채 나뒹굴어 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너마저 나를 외면하는 듯 갑자기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젠장, 떨리는 손으로 제 뺨을 때려 보지만 아무런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하루 사이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뇌를 잃어버린 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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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