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만남
하루종일 조용하던 휴대폰 시계는 벌써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또다시 앙칼진 고양이들이 낮에는 조용하더니 밤 만 되면 본능적으로 사랑을 차지하려는 듯 서로 꼬리를 치켜세우며 싸우고, 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 알아듣지 못하는 꼬임의 발음으로 일반 행인에게 시비를 걸어 심한 욕설과 함께 결국 서로 멱살을 잡으며 더러운 길바닥에서 승부를 가리기 위해 나뒹굴고 결국 주먹까지 오가더니 경찰관 여러 명의 발 빠른 움직임과 호루라기 소리가 심하게 들리는 게 화려한 밤거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쯤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지난날 어떤 인연으로 어떻게 만나서 지금 이렇게 어긋난 시간을 보내느냐고 묻고 싶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괜히 울컥한 생각과 깊은 동굴 속의 짙은 외로움이 들면서도 기다림 또한 행복하네 행복하다는 주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혼잣말로 외쳤다. 피곤에 지쳐 잠이 밀려왔지만 어제와 같은 식은땀을 흘리는 악몽에서 헤맬까 봐 싶게 잠이 들고 싶지 않았다.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할까? 새벽이 찾아오면 나는 분명 쓰레기 아저씨를 찾아가 같이 일 할 것을 부탁할 것이다. 모두 잠이 든 새벽을 일찍 깨우며 바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에게 문득 갑자기 신비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악몽이 두려워 졸리는 눈을 꼬집어 가며 잠을 이기면서 뜬 눈으로 조용한 새벽을 맞이했다.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요원 아저씨들의 움직임이 역시나 분주했고 그 틈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인사를 나눴다 "아저씨 아저씨 일 도와드리며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하기 힘든 업종이라며 하루 이틀 일하고 몸살 나서 더 이상 못 하겠다고 포기할 거면 아예 도전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난 더 오기가 생겨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할 것이다 아니해야만 했다. 아저씨 옆에서 맨손으로 악취가 나는 쓰레기부터 분리수거되지 싫은 쓰레기 등 같이 옮겼더니 결국 아저씨는 보조용으로 가지 고 다니시는 장화신과 손바닥에 빨간색 고무가 박힌 장갑을 주셨다. 신이 났다 일을 하면서 그녀를 찾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더 신이 났다. 하지만 베테랑 아저씨들에 비해 나는 많이 부족한 초보 일꾼이었고, 금방 이마에 혹은 등줄기에 땀으로 옷이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분명 나는 아저씨에게 도움 되는 사람이 되어야만 내일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를 꽉 물고 죽을 듯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처음이라 서툴고 힘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이 힘겨움을 이겨내야만 하고 스스로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마음속에 마법처럼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얼른 해야만 한다. 지금은 한낮의 뜨거운 무더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벽 이 시간도 너무 덥다. 나는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종량제에 담긴 쓰레기들을 들어 올리고 음식물 국물이 사방으로 마구 던져질 정도로 막무가내 버러 진 쓰레기들도 많았다. 길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 마구 찢어버린 쓰레기들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작정 집어넣었고, 이곳저곳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움직였더니 어느새 해는 밝았고, 어느 곳으로 가는지 모르지만 걸음을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아니 아저씨와의 새벽 할 일은 끝이 났다.
아저씨는 또다시 바쁘게 움직이며 본업에 충실하기 위한 출근을 하신다고 하였다. 아저씨의 본업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셨다. 선생님 왜 이런 일을 하실까 하고 깊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건 차츰 아저씨와 친해지면 물어볼 것이다. 오늘 하루 일당으로 4만 원을 먼저 받았다. 아저씨는 아니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성실히 묻어 있었음을 보았고 지금 당장 생계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먼저 생각이 들었다며 흔쾌히 나를 믿었다고 했다. 나는 4만 원을 감사한다고 땅에 엎드려 절까지 하며 받았다. 받으려는 두 손이 많이 부끄러웠지만
거친 선생님의 손끝 그리고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을 닮고 싶었다. 어깨 팔다리가 마비가 되는 듯 아팠다 그래도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금방이라도 뛰면 하늘에 닿을 듯한 감정이었다. 청소부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앞으로의 나를 변화시킬 거 같은 참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