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알바
내 양쪽 손이 열 개 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시간에 쫓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코드가 뽑힌 오래된 냉장고를 켤까 말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지금은 그런 고민조차 시간 낭비인 거 같아 코드를 꼽았고 오래된 찌든 때가 얼마나 묻혔는지 한참 동안 양팔에 힘을 주어 겨우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오늘 맑은 하늘 한바탕 소나기에 땀으로 흠뻑 샤워를 한 듯 열심히 노동으로 번 돈으로 할아버지가 계신 슈퍼에 가서 생수 및 집 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는 그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 그리고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웃음을 주고 싶었다. 냉장고에 물을 넣고 간단한 식료품을 넣었을 뿐인데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이 소리가 세상 이렇게 행복하게 기쁘게 들리다니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마치 명절 설을 앞두고 이쁜 설 빔을 받은 어린아이 마냥 폴짝폴짝 뛰는 기분이다. 냉동고에 갇힌 생선들이 살려 달라고 몸부림 치는 싸늘히 찬 바람 이 부는 이 집에 모처럼 따뜻한 온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 같다. 선반 위 작은 메모가 있다. "고마워" 언제 왔다 갔을까? 그 사람은 또 내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다녀갔던 모양이다. 비록 땀으로 얼룩진 내 모습이지만 아침 찬 공기가 작은 창 틈 사이로 제법 비집고 들어온다. 숨 막히고 어둠에 갇힌 지하 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 햇살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가 된 거 같아 나는 비가 오는 날에도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도 마음껏 욕심을 부리며 햇살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참 바빴다. 육체적인 노동으로 힘은 들었지만 그동안 비워진 마음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온다는 약속도 없이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르는데 그녀를 위해서 또다시 집안 정리를 하고 행복한 땀을 식힌 후 다시 시내로 향했다. 또다시 여유로운 시간을 이용해서 그녀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싶었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 2개월 동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났다. 자취방에서 가까운 주유소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유 자동차에 휘발유 기름을 넣어 사장님께 아주 혼쭐이 났던 기억, 나보다 한 살 많은 축구선수가 꿈이었다는 소연 누나, 그리고 같이 일하며 주, 야간 인수인계를 하던 동갑내기 여대생 친구들, 나는 야간시간에 아버지의 연세와 비슷한 아저씨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무적이나 좋아하셔서 늘 나에게 노래를 불러 주셨고, 나는 아저씨와 함께 일을 할 때마다 아저씨가 아닌 아버지라고 불렀다.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작별의 손을 잡으며 꼭 지금처럼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따뜻한 말씀을 해 주셨고, 나는 아버지께 속옷을 선물했지 싶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냥 눈물이 났다. 전봇대 한 면에 붙여진 "구인광고 경력 있는 주유원 모집" 나는 당장 그 주유소를 찾아가서 이력서도 없이 구두상의 면접을 보면서 며칠 일을 배워보고 계속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일단 50%의 합격으로 당장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급 7,300원 식사 별도 5,000원 더운밥 찬밥 가릴 필요 없이 나는 무조건 가능하다는 사인을 하고 당장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 정착할 생각이었고 나 때문에 다시 행복을 찾았다는 그의 말과 생각에 나로 인해 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행복과 사랑만 안겨 주고 싶었다. 첫날부터 자동차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나는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90도 꾸벅 인사를 하며 "어서 옵시오" 하며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며 주유구 총을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