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일이다.
왜 그 길로 걸어갔었는지 모르겠다.
평소 나 같으면 조금 위험해 보이는 곳은 처음부터 가지 않는데 말이다.
퇴근길 아빠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일찍 도착했는데
그날따라 아빠가 일이 늦어지셔서 아빠가 차 타고 오실 길을 거슬러 걸어가 볼까 생각하고 걸었다.
그 길에 무엇이 나올지 모른 채로 말이다.
걷다보니 사람이 없었다. 공단 지대였다.
드문드문 불이 켜진 곳도 있었지만 거의 가로등만 켜져 있고 주위는 온통 캄캄했다.
적막했고, 조용하고 음산하기도 했다.
누가 튀어나와 입을 틀어막고 납치를 해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길이었다.
다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왔고 그 자리에 있자니 무서워서 계속 걸었다.
주위를 계속 이리저리 살피면서 아빠가 어서 일을 마치고 오시기를 바라면서 걸었다.
그냥 매일 기다리는 데서 기다리지 굳이 왜 알지도 못하는 길로 걸어와서 후덜덜한 심장을 부여잡고 갔던 건지 걸으면서 계속 후회가 됐다.
차와 사람들이 다니는 큰 대로가 나오기를 빌었지만 공단은 꽤 커서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주차된 큰 트럭들은 많았지만 도로에 움직이는 차는 없었다.
무서웠다.
한참을 걸었다. 20분 남짓 걸은 것 같은데 1시간은 걸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더운 날도 아니었는데 몸에 열이 났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 물어보고 곧 오실 거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며 언제든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핸드폰에 112를 눌러두고 걸었다.
그 후 어떻게 아빠를 만난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아빠를 만나서 차를 타고 집에 간 것만은 확실하다.
그 어두웠던 곳을 혼자 걸으면서 어떤 누구도 마주치지 않았고, 내가 걷고 있는 것 외에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겁나고 벗어나고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평소에 전혀 떠오르지 않다가 이 기억이 지금 갑자기 떠오른 것이 우연은 아니다.
그때는 곧 아빠가 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 희망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