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땅콩과 밤

by 캐서린

엄마는 가을이면 생땅콩과 밤을 쪄주셨다.

운동회 때도 늘 김밥 도시락과 함께 찐 생땅콩과 밤을 가져오셨다. 그래서 나에게 가을 운동회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김밥이 아니라 생땅콩과 밤이다.


가을마다 먹는 제철 음식이었는데 혼자 살면서, 그리고 결혼하면서 찐 생땅콩과 밤은 먹기가 힘들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식당에서 사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이고, 해 먹자니 귀찮아서 안 해 먹은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친한 언니가 시골에서 딴 알이 큰 밤을 쪄먹으라며 한아름 주었다. 나 말고는 딱히 밤을 좋아하는 가족이 없어서 안 사 먹고 말았는데 선물로 받았으니 그럼 한 번 쪄먹어야지 하고 채반에 몇 개를 올려 쪘다.


잘 익은 밤을 반으로 갈라서 티스푼으로 떠먹었다. 달큰하고 따뜻한 가을의 맛이다. 올해는 이렇게 찐 밤을 먹어본다. 찐 밤을 먹으니 생땅콩도 먹고 싶어진다. 아직 팔지 모르겠지만 시장을 한번 둘러봐야겠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음식들을 자꾸 등한시하게 된다. 굳이 사서 먹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씩 이런 음식들은 굳이 사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