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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 Jan 02. 2025

여행이란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2023년 마지막부터 2024년까지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많다. 그런데 지나고 돌아봤을 때 좋았던 기억들을 더듬어보면 좋았던 순간은 꼭 유명 관광지에 가서 뭔가를 봤을 때가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봤던 골목골목의 정취들,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길, 여행지에서 숲 속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가족들과 들으려고 노래를 틀었는데 그때 왠지 모르게 행복했던 감정들, 지나가다 무심코 사 먹었는데 맛있었던 음식들, 숙소에서 자기 전에 잠시 나왔다가 보게 되었던 바다 위에 크게 떠 있는 북두칠성. 지도를 보고 함께 목적지를 찾아갔던 과정들.


이런 순간들과 감정들이 그 여행이 행복했었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류시화 작가님의 책 중에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인도 여행기 겸 에세이 같은 책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봤던 책인데, 책 속의 모든 말들 중에 수첩에 적어 놓았을 만큼 찌릿했던 구절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군인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볼 게 없는 마을이었다. 비루먹은 개 두세 마리만 모래바람 속을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난 상관하지 않았다. 여행은 꼭 무얼 보기 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일 테니까.



올해는 어떤 여행을 떠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 책 속의 말처럼 나 자신에게 더 다가가 보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이란 나도 미처 몰랐던 나를 찾게 해 주고, 잊고 있었던 나를 찾게 해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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