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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 Jan 06. 2025

눈 오는 게 싫어진 나는


더 이상 눈이 오는 게 좋지가 않다.

정확히는 눈이 내리는 걸 보는 건 좋은데 다음 날 길이 얼어버리거나 아니면 녹아서 구정물 눈이 쌓여 있는 길을  다니기가 싫다.


나는 웬만해서는 눈이 잘 안 오는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년을 넘게 그곳에서 살았기에 처음 서울에 와서는 매년 눈이 꼭 쌓이도록 내리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자주 보다 보니 눈에 대해 가지고 있던 희소성도 없어졌다. 내릴 때 잠시 예쁜 것, 아침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풍경을 보는 것은 좋지만 또 마냥 좋지만은 않다.


현실적으로 바뀌어가는 내 생각을 마주할 때면 낭만을 잃었나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미 많이 봤거나 많이 겪어본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다지 놀랄 일도, 기뻐할 일도, 설렐 일도 조금씩 줄어져 간다는 것이 약간은 슬프기도 하다.


내리는 눈에 더 이상 우리 아들만큼 환호하고 좋아하지 않는 나를 보며 낭만을 잃은 중년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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