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서린 Jan 03. 2025

카페인과 안맞는 몸이지만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땡길 때


대학시절까지도 나는 거의 자판기 커피를 마셔서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나와 안 맞는 줄 몰랐다. 생각해 보면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새벽까지 잠이 안 와서 밤새 공부해야 하는 시험 전날에는 꼭 자판기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2000년대 극초반까지만 해도 요즘 같이 프랜차이즈 커피 가게가 그리 많지 않기도 했고,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이 거의 없었다.

25살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친구와 만났을 때 카페를 가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 하루는 친구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마셨는데 카페를 나와서부터 몸이 너무 피곤해지는 것이다. 술을 마셨을 때처럼 머리와 얼굴 쪽이 상기되고 무거워지면서 어지러워지는 증세와 비슷했다. 그날은 몸이 고함량 카페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런 증상이 나타는 것이라는 걸 몰랐다. 같은 경험을 몇 번 더 겪은 후에야 커피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 후로는 카페에 가도 커피 외에 다른 음료를 시켰다. 어쩌다가 카페라떼가 먹고 싶어 시키게 돼도 몇 모금 마시다 증세가 또 스멀스멀 나타날 기미가 보여 아깝게 커피를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커피는 시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케이크나 달콤한 걸 같이 먹게 될 때는 나도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본이 2샷이라고 한다면 나는 0.5샷 정도로 넣어달라고 한다. 커피 향과 약간의 커피맛만 느껴지는 연한 아메리카노인데, 그 정도는 식사 후에 살짝 마셔도 무리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아진 건 내 몸에 뭐가 안 맞는지 어릴 때보다 잘 알기에 안 먹거나 조절해서 먹음으로써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 가서 티라미수를 먹으려는데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먹고 싶어서 '디카페인', '연하게', '물 많이'로 주문했다. 간만에 내 입맛에 딱인 산미 없고 연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커피를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는 이야기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인 사람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이렇게 마시면 된다.


카페인 민감성으로 커피를 즐기지 않아 왔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파는 곳이 많아진 만큼 나도 이제서야 커피를 가끔씩 즐겨볼까나? 생각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