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길이 살얼음판이었다.
살면서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경험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내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미끄러져서 왼쪽 엉덩이, 허리, 어깨, 손까지 바닥에 부딪혔고 그때 순간 머리와 목에 힘을 줬었는지 목까지 뻐근했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니 상상보다 너무 아팠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손바닥도 빨갛게 살짝 까지기 직전이었다. 장갑을 안 꼈으면 피를 봤겠구나 싶었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아이까지 같이 넘어졌는데 아이는 다행히 두터운 롱패딩을 입고 있었고 세게 넘어지진 않았는지 아프진 않다고 했다.
넘어지는 순간 너무 놀라고 아팠지만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내가 이렇게 넘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얼른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아파서 엉거주춤 일어나 걸었다. 몇 초간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괜찮겠지 했는데 밤이 되어도 타박상인지 근육통인지 모를 아픔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빙판길은 정말 위험하다. 이렇게 넘어져보니 그 위험함이 더 와닿는다. 어르신분들은 이렇게 넘어지시면 큰 일이겠다 싶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은 빙판길은 웬만하면 안 다니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빙판길에서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지다니...
난 롤러스케이트도 잘 못 타고, 스케이트도 거의 못 타고, 심지어 이제는 미끄럼틀도 겁나서 타기 싫다. 안 그래도 이것저것 미끄러지는 건 다 싫어하는데, 별생각 안 해보았던 빙판길이 겁나는 것에 추가되었다.
넘어져서 아픈 왼쪽 몸이 내일이면 좀 나아지려나...
나이 들어 다치니 회복이 금방 안되는구나.
다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