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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Dec 20. 2023

크리스마스 츄리를 만들며

구상나무

뿌연 하늘은  잔뜩 심술이 났는지 찌뿌둥한 모습으로  있다. 출근 전 밖을 보니 향나무 위에 눈이 조금 쌓여 있고 길가에 흩뿌려진 눈이 간간이 보인다. 그렇다고 펑펑 눈이 쏟아지는 겨울도 아니어서 그런지 기분만 더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춥다는 일기예보 덕분에 잔뜩 껴입은 옷은 무겁고 갑갑하여 움직이기도 힘들고, 투박하고 긴 구두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뭐가 그리도 불만이 많고 심술만 늘어나는지 모르겠다. 주름살이 얼굴을 그리고 있으면 맘씨라도 고와야 할 건데 왜 자꾸 갑갑하여 인상이 써지는지. 사무실로 들어와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차가운 물 한 컵을 마신다. 이열치열도 아니고 이한치한(以寒治寒)이다.


크리스마스가 코 앞인데도 아직 거리에서나 상점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카톡으로 들어온 캐럴만 들을 뿐이다. 캐럴을 작곡, 작사, 노래하신 분들은 이런 정도는 사회기부하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다. 캐럴송을 들으며 기분 좋아진 사람들이 움직이면 그만큼 사회가 밝아질 거다. 저작권에 대한 권리가 당연하지만 이 정도는 사회에 기부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나의 단편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대신 크리스마스 츄리만에 밝혀진 불빛만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알려주고 있다. 더 크게, 좀 더 크게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 탓인지 천장 닿도록 츄리들의 키가 커져간다. 우리 성당 츄리도 긴 사다리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올라가 끝에 별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 곁에는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화환이 반짝거리고 있다. 나무마다 매달린 꼬마전구 때문에 나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험 결과 그리 큰 영향이 없다고 tv에서 본 것 같다. 꼬마전구들은 깜빡깜빡 거리며 캐럴송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집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이 번쩍거리고 있다. 할 일 없는 할머니가  이런 것이나 꾸미고 있다고 딸이 타박하지만 그냥 넘어가면  뭔가 올 한 해와 내년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같아  작은 것이라도 치장을 하곤 한다. 전구불이 깜빡거리는 사슴은 썰매는 끌지 못하고 우리 집 거실에서  불 밝히고 있다


크리스마스 츄리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구상나무이다. 요즘은 거의 생화가 아닌 조화를 이용하지만 원래 구상나무 츄리가 가장 유명하였다. 형태가 예뻐서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자생되어 자라던 고유종이다. 이 나무를  프랑스 식물학자인 포리신부님이  유럽과 미국으로 보내서 다양하게 품종이 개량된다. 키가 작아 실내에 두기도 편하고, 가지 사이에 여백도 많아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달기도 편해 멋진  츄리로 거듭나게 된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제주도에 구상나무가 다 사라져 간다고 하는 걸 봤다.  얼마 있으면 죽어간 허연 가지만이 하늘을 쳐다보며 한라산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등의 높은 산에서 살아가는 상록교목으로 20m까지 자라고, 잎의 뒷면에 하얀색의 기공선이 있어 은색으로 보인다. 소나무과로 녹갈색이나 자색을 띤 열매가 하늘을 향하여 우뚝 서 있고,  커다란 구과가 하늘을 쳐다보며 달린다. 열매 둘레 끝에는 뾰족한 돌기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상나무 잎은 선형이지만 잎 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자꾸만 더운 기온을 피해 올라가던 구상나무가 한라산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홍릉에도 구상나무가 제법 커다랗게 서 있는데 내륙의 구상나무와  한라산의 구상나무와는 유전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멋진 열매를 보러 홍릉을 가지만 요즘은 제대로 된 열매를 보기 힘들었다. 기온때문인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인터넷에서 따옴


끈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가는 은행나무는 요즘 천덕꾸러기가 되어가는것 같지만 천수를 누리며 살고 있다. 모진 역경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다. 아들 결혼식이 며칠남지 않았다.  집을 조금 큰것 해줬더니 살림을 채워도 휑한듯하다고 한다. 무엇을 선물할까 하다가 행복나무와 금전수 화분 하나씩을 배달시켰다. 추리를 보낼까 하다가 살아있는 나무가 더 나을것 같았다. 나무들처럼 강이지들도 집안에서 키우는 아이들도 있고, 집밖에서 크는 아이들도 있듯이 다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수명대로 살지 않을까 한다. 안에서 크는 아이들은 나무든 강아지든 주인의 사랑을 먹고 자랄것이니 사랑을 쑥쑥 주고 받으며 자라길 바라면서 화분을 보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자연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추운건 싫다. 맘대로 난방을 틀고 살수도 없어 집에 들어가면 웅크리고 있다. 전에는 겨울에도 반팔입고 살았는데 요즘은 담요를 둘러쓰고 살아도 추우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쩌든 빨리 겨울이  봄을 데려다 주고 떠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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