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운행을 멈추고 나면
노란 버스 한 대가 가변 도로주차장에 후진으로 차를 댄다. 차 머리는 이미 주차 흰 선 한참 밖에 나와 있다. 자동차를 주차하는 공간에 버스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비상등을 깜박인다. 도로에는 밤길을 밝히며 차들이 속도를 낸다.
버스의 시동이 꺼지고 앞문이 열린다. 불이 켜진 차 안에는 아무도 없다. 차 안이 어둠 속에서 밝다. 기사가 돌돌 말린 자석 플래카드를 펴서 오른쪽 차체 옆에 붙인다. 모두의 버스. 초록색 검색창 안에 검은 명조체, 오른쪽 귀퉁이의 돋보기 그림.
기사는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운전석에서 뒤적뒤적 휴대전화를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파란 점퍼를 착착 편다. 기사가 한 계단 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보도블록에 선다. 차 머리 쪽에 열쇠를 넣고 돌리자 내실 등이 꺼지면서 차 문이 탁하고 닫힌다. 버스 기사의 안으로 말린 어깨가 점퍼 안으로 사라진다. 하루종일 구부정했던 허리를 편다. 곧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어간다. 모두의 버스 기사가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시간 열 시 삼십 분.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고. 기사는 사람들과 나란히 걷는다. 검색창이 깜박깜박 인다. 걸음이 빨라진다. 어둠에 파란 점퍼가 묻힌다.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색도 사람도 사라진다. 검은 필터 속으로 사라지는 버스 기사. 모두의 버스가 덩그러니 서 있다. 지나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에 노란 차체가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밤새. 그 자리를 지키는 모두의 버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자리. 플라타너스의 여린 잎이 차 위로 떨어진다. 아이의 손바닥이 버스의 머리를 가만히 집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