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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가시

5인 식탁

by 빨강



엄마의 저녁밥 짝꿍은 늘 나였다. 엄마 쌀 씻는 소리가 들리면 티브이를 보다가도 부엌으로 들어갔다. 콩나물을 삶고, 가지를 찌고, 뭇국을 끓이고 조기가 구워졌다. 엄마의 밥상에는 제철 채소와 제철 생선이 나왔다.


한상을 차리기 위해서 시간 분배가 중요했다. 전기밥솥에 취사가 눌릴 때 국을 끓일 준비를 해야 하고, 그전에는 각종 채소를 크기에 맞게 썰고, 불리고, 녹이는 전처리를 해야 했다. 냉장고에서 생선은 미리 꺼내져 있었다. 한 시간 전에 봐온 장바구니에서는 싱싱한 채소가 흐르는 물에 씻겨져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재료에 물든 흰 도마에서 엄마는 탁탁탁 일정한 소리를 내며 무를 나박 썰었다. 가지를 길게 반으로 갈랐다. 콩나물이 든 채반에서는 똑똑똑 물이 떨어졌다.


가스레인지의 화구는 두 개어서 분배를 잘해야 했다. 불을 어떤 재료가 먼저 써야 되는지 음식의 순서를 잘 정해야 했다. 오래 끓여야 되는 국을 먼저 앉혔다. 나머지 한구로 모든 음식이 조리된다.



조금 식어도 되는 나물을 먼저 데친다. 찐다. 국이 뭉근하게 끓는 동안 생선을 굽는다. 밥상에서 김이 나야 하는 국, 식으면 비린 생선을 모두 배려해야 했다.


부엌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해야 할 것이 정확히 정해져 있고 꼭 들어가야 하는 양념도 정해져 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엄마에게 부엌은 노동의 공간이었겠다. 나에게는 엄마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있을 때는 아무도 우리를 간섭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주로 채소를 씻고 다 된 반찬을 접시에 담고, 간간히 간을 보는 거였다. 그 사소한 일들이 처음에는 엄마를 돕기 위한 일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클수록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


음식을 만드는 일이 고되지만 재미있었다. 맛있게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즐거웠다. 맛있다는 한마디가 살아도 된다고 인정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 이 세상에 내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7인 가족의 밥상에 의자는 5개였다. 의자가 부족하면 책상의자를 끌어왔다. 엄마가 만든 한상이 저녁마다 차려있다. 발라진 생선은 어린 동생의 흰밥 위로 올라갔다. 잘못하는 젓가락으로 조기의 가시를 발라먹었다. 목구멍에 지느러미 거시가 걸린 날이면 밥 한 숟가락을 꿀꺽 삼 겼다.


나를 위한 밥은 언제 하게 되었을까.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밥을 하던 시간을 지나 누구의 입맛에도 맞추지 않는 오롯이 나를 위한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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