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페즈의 서정시 제8편
세월의 슬픔이 더는 머물지 않도록
그대여! 일어나 내 잔을 채워다오
이 쪽빛 수도복을 찢어버릴 수 있도록
내 손에 술잔을 쥐여주오
점잖은 분들은 이 일이 추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영예도 치욕도 잊은 지 오래라네
언제까지 자만에 빠져 살 텐가?
헛된 자아를 죽이는 술을 주게나
불타는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설익고 얼어붙은 자들을 불사르고 말았네
병든 영혼의 고백을 들어줄 사람은
귀인이든 평민이든 보이지 않네
내 마음의 평온을 낚아채간 그이지만
그를 떠올리는 마음은 행복하다네
은빛 살결의 사이프러스를 보았으니
들판의 사이프러스 나무를 거들떠보지도 않네
“하페즈여, 밤낮이 고달파도 기다리거라!
끝내 기도가 닿는 날이 있을 것이니.”
하페즈(1325년~1390년)의 시에 관해서는 제1편에 덧붙인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향해 곱게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는 페르시아의 시에서 늘 미인의 늘씬한 자태를 상징합니다. 그곳의 시인은 연모하는 대상을 화초와 나무에 빗대고는 했습니다. 임의 붉은 뺨은 장미꽃을, 그의 뽀얀 살결은 재스민 꽃을 떠올리게 합니다. 훤철한 키는 상록수에, 칠흑 같은 머릿결은 색이 짙은 제비꽃에 비유됩니다. 중세 사람들은 육안으로는 미인의 얼굴을 보았으나 마음의 눈으로는 만개한 화원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