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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궁금해

스님, 나는 스님 못해요. (5)

by 초오록

나는 종종 내 남동생을 보며 이렇게 느끼곤 했다. 이 아이를 연구하면 남성의 성장 과정에 대한 교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사느냐가 관건이긴 한데, 20대인 동생의 지금 모습을 보아도 여전히 제 나이의 표본으로 꽤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조금은 나는 큰누나와 막냇동생의 관계이다. 덕분에 나는 이 아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생애 이벤트들을 제법 또렷하게 기억한다.


남동생은 특이한 아이, 어리지만 아주 어른스러운 아이, 유달리 부모가 키우기 힘든 아이, 혹은 부모가 이상하리만큼 키우기 쉬운 아이 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남동생은 아주 제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아주 제 나이에 맞게 행동을 했으며 대략 그때쯤 사춘기가 온다더라. 할 때 교과서처럼 사춘기를 겪는 그런 사람이었다. 중, 고등학교시절 이것저것 사고를 치며 부모님의 속을 썩이기도 했지만, 그 행동들을 책에 적을 내용이다. 하고 생각을 해 보면, 딱 그 나이 때 조금의 선을 넘는 학생들은 한 번씩은 호기심을 가져 볼 만한 겨우 그런 것들이라고 적으면 될 정도였다.


나는 그런 남동생이기에 늘 특징 없는 무던한 사람이라 여겼다. 나는 그에게 늘 같은 사랑을 줬고, 허물을 혼내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춘기의 절정, 동생이 아주 깊은 방황 속에 있을 때 동생은 나와한 약속을 어기게 되었고, 나는 동생의 행동이 사춘기라서 하는 행동인지 혹은 다른 문제가 있어서 하는 행동인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동생과의 대화에서 특징 없는 아이가 아닌, 제 나이에 맞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이야기하는 이 사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특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는 정말 평범해요. 외모도 성격도 무난해요. 하고 이야기해도 ‘너에게 관심이 있어.’ 하는 사람 눈에는 무슨 특징이든 보이는 것이다. 지독하게도 사랑하는 내 남동생에 대한 특징을 나는 그동안 왜 찾지 못했을까.


1. 남동생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확실한 자기주장이 생겼다.

2. 누나에게 뚜렷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혹은 말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하였다.

3. 남동생이 누나에 대한 관심이 없다. 혹은 누나가 남동생에 대한 관심이 없다.


나는 위의 세 가지가 전부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참 우애가 좋은 남매이지만 나는 남동생을 어린아이로만 보았고, 네가 문제 행동을 하고 나서야 너의 마음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참으로 잘 아는 척을 했다.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듣게 된 남동생의 이런저런 생각들은 다소 비판적이고 단면적이었지만 나름의 합리적인 부분이 있어 듣기에 즐거웠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시간이 와주어 너무나 고맙다.


그 후 나는 남동생의 관심사를 매개로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진지한 방식이 아닌 가볍고 아주 즐겁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동생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함께 했고, 야구를 함께 시청했다. 두 분야 모두 지대한 공부가 필요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질문하고 답변하며 어떻게든 너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누나의 마음을 보냈다. 나는 변화했고 남동생 역시 변화했다. 미묘한 분위기를 읽은 엄마는 내게 당신이 갖고 있는 남동생에 대한 걱정을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남동생과 둘만 읽고, 쓸 수 있는 비밀 교환 일기를 써보라 추천했다. 그렇게 엄마는 고등학생인 남동생과 비밀 교환 일기를 썼다. 비록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의도한 바는 이뤘으리라.


스님, 저는 앞으로도 동생의 관심사를 하나씩 함께 해 볼 생각이랍니다. 신경 쓸 것도, 욕심도 너무 많지요?


elder-sister-526568_1920.jp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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