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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ong Nov 08. 2023

Ppaarami’s Diary 빠러미의 일기4

ඉගෙන ගන්නවා.

2023년 8월 2일


  처음 스리랑카는 그냥 스리랑카였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적도, 인도양, 더위, 불교 정도를 말할 수 있었다. 떠나오기 전, 스리랑카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의기양양하게 하던 말은 ‘몰디브랑 가까워요.’였다. 

  한 달쯤을 살고 난 후 스리랑카에 대해 말하자면, 징그럽게 더워서 몸이 언제나 땀에 젖어있고, 툭툭 기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경적을 울려 대는 통에 귀가 따갑고, 어디에나 짙푸른 나무가 무성해 눈이 시릴 지경인 오감의 세계였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파파야나무와 망고나무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내 입맛에 맛을 음식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고, 새와 다람쥐가 우는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게 됐다. 스님에게 인사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우유맛은 얼마나 다른지 안다. 도로의 신호 체계를 눈치채고 툭툭 기사들의 난폭한 운전 솜씨에 겁을 먹지 않고 슈퍼마켓 주인아저씨와 싱할라어로 두어 마디 대화가 가능하고 날씨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스리랑카와 친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한참 이방인이다. 없던 편식이 생겨서 쌀과 생선은 먹을 엄두를 못 내고 후추가 들어간 음식은 피한다. 대신 과자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아졌다. 제철과일이 어떤 것인지, 열 가지가 넘는 바나나가 있다는데 맛이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나를 빤히 보는 현지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택시 기사가 가까운 길을 놔두고 한 없이 먼 길로 차를 몰 때 어떻게 항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알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오랜만에 많다.

  배우려면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 집에 들어앉아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어디로 갈까. 무엇을 배울까. 시장에 가서 망고와 수박 사는 방법을 배울까.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면서 시기리야에 가는 방법을 찾아볼까. 나는 본투비 아싸이며 MBTI는 대문자 아이인데, 다행히 지금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 그리하여, 집순이가 나가신다.  집 밖으로! 



바나나나무. 처음에는 바바나나무든, 코코넛나무든 전부 '야자수'라고 생각했다. 


코코넛나무. 유난히 키가 크다.




파파야나무. 잎이 예쁘다.


콜롬보의 한 사찰에 있는 부처님


스님께 인사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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