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너머로 들려오는 노래
아이를 재울 때면 나는 늘 노래를 불렀다. 재미있는 동요, 자장가, 심지어는 팝송까지. '나비야'를 부를 때면 아이가 방긋 웃는 것 같았고, '작은 별'을 부르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듯했다. 아마도 내 기분 탓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섬집 아기'를 부를 때는 분명 뭔가 달랐다. 아이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무심코 흥얼거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어김없이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작은 입술은 삐죽삐죽 떨리기 시작했고, 흐느끼는 소리가 미세하게 새어 나왔다. 처음엔 단순히 졸려서 그런가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섬집 아기'를 부를 때면, 아이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마치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어느덧 상황은 더 깊어졌다. "엄마가 섬 그늘에"라는 첫 소절만 나와도 아이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나까지 감정이 북받쳐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함께 울었다.
어느 날 문득 의아해졌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어떻게 이 노래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굴 따러 간 엄마, 혼자 남은 아기... 이 노래에 어떤 슬픔이 담겨 있는지 아이가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이의 눈물은 나의 눈물이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며 무의식적으로 담아냈던 감정을 아이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일렁였다. 일찍 떠나버린 엄마, 그 빈자리와 함께 성장해야 했던 나. 마치 섬에 홀로 남겨진 아이처럼.
2절을 부를 때면 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돌아오는 엄마... 내겐 없었던 일. 노래 속 아이는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잠들지만, 그 엄마는 결국 돌아온다. 바구니를 다 채우지 못했을지언정, 아이를 향한 그리움에 모랫길을 달려오는 엄마. 그 후반부를 부를 때면 내 목소리는 떨렸고, 아이는 그 떨림을 놓치지 않고 느꼈던 것 같다.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나는 내 어린 시절의 나에게도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아이를 재울 때 부르는 노래가 단순한 자장가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였던 것이다.
섬집 아기는 특히 그랬다. 첫 소절부터 이미 떠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노래 속 엄마는 돌아온다. 그것이 내게는 위로이자 아픔이었다. 돌아오지 않은 내 엄마와 달리, 노래 속 엄마는 다 못 찬 굴바구니를 이고 달려온다. 그 차이가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그것을 느꼈나.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노래에 담긴 감정의 결을 아이는 정확히 알아차렸던 걸까. 알 수 없지만 아이의 작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에는 엄마가 떠나간 슬픔, 혼자 남겨진 아이의 외로움, 그리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모두 담겨 있던 걸까.
매일 밤, 아이를 재우며 부르는 '섬집 아기'는 나에게 작은 의식과도 같았다. 첫 소절부터 마음이 아렸다. 이 부분을 부를 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노래하는 것 같았으니까. 삐쭉거리는 작은 입술과 팔을 뻗어 내 얼굴을 붙잡으려는 모습에 나도 함께 눈물이 나서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했다. 그런 날이면 우리는 그냥 서로를 안고 침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아이에게 '섬집 아기'를 불러주는 것은 내 안의 어린 날의 나를 위로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마치 "네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제는 네가 엄마가 되었으니까."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나의 노래에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눈물을 글썽이긴 했지만, 이제는 내 얼굴을 꼭 잡고 빤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마치 "괜찮아, 엄마. 나는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다. 노래를 통해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공유했다. 아이는 내가 갖지 못했던 것을 나에게 주었고, 나는 아이를 통해 내 안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노래는 때로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한다. 내가 아이에게 불러준 '섬집 아기'는 단순한 자장가가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감정의 언어였다.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 상처를 어루만지는 방법,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오늘도 나는 가끔 '섬집 아기'를 흥얼거린다. 이제는 눈물이 아닌 미소와 함께. 그 노래는 이제 슬픔보다는 치유의 상징이 되었다. 내가 엄마를 잃은 아이였다면, 이제는 엄마가 된 아이다. 그 사이의 여정을 이 노래가 함께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 특별히 감성적인 날이면, 첫 소절만으로도 목이 메이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직도 그 노래를 통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그다음을 부르지 못하고 흐느끼던 그날들의 아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바다 너머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이제 나를 슬프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비춰주는 작은 등대가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안고 자란 아이가, 이제는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아이에게 노래를 불러준다. 그 순환 속에서 상처는 아물고, 사랑은 이어진다.
그리고 때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생각한다. 엄마도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미소 짓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섬집 아기였고, 또 누군가의 섬집 아기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