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알게 된 날부터 내 몸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체온이 오르고, 아침마다 찾아오는 메스꺼움, 쉽게 피로해지는 몸.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갑자기 찾아온 특별한 식욕이었다.
임신 전에는 한 번도 즐겨 먹지 않았던 음식들이 갑자기 내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음식들로. 바로 마이구미 젤리와 유리병에 담긴 델몬트 오렌지 주스였다.
마이구미는 늘 지나치기만 했던 슈퍼마켓 과자 진열대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임신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구매한 적 없는 과자였다. 하지만 임신 중기에 접어들던 어느 날, 슈퍼마켓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발걸음이 멈췄다. 몸이 저절로 안으로 들어가 과자 진열대 앞에 서게 됐다. 분홍색 봉지의 마이구미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인 줄 알았다. 한 봉지를 사서 맛을 보았는데, 그 순간 뭔가 다른 세계가 열렸다. 복숭아맛 마이구미의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터질 때마다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로 마이구미는 내 가방에 항상 한 두 봉지씩 들어있게 되었다.
"이상하네. 전에는 이런 거 안 먹었는데..."
이전까지 달콤한 젤리류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짭짤한 스낵을 좋아했었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나서는 마이구미의 달콤함과 쫄깃함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특히 아침 메스꺼움이 심할 때, 마이구미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이상하게도 속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집착은 델몬트 오렌지 주스였다. 그것도 꼭 유리병에 담긴 것이어야 했다. 당시에는 오렌지 주스가 유리병에 담겨 있었고, 그 안의 선명한 노란빛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나를 반겼다. 그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이는 주스의 색감, 병 뚜껑을 열 때 나는 '톡' 소리, 첫 모금의 청량감까지. 모든 순간이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이구미와 델몬트 오렌지 주스는 내 임신 기간 내내 함께했다. 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창가에 앉아 마이구미를 씹으며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편함과 통증이 잠시 잊혔다.
친구들은 내 기이한 조합에 웃었다.
"보통 임신하면 신 음식이나 매운 음식 땡기는데, 너는 참 독특하다."
그러나 산부인과 선생님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각자 다른 음식이 당기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아기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엄마에게 요청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말 그럴까? 복숭아맛 마이구미와 오렌지 주스에 어떤 특별한 영양소가 있었을까? 나는 종종 상상했다. 아기가 자궁 속에서 귀여운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하는 것 같았다.
"엄마, 오늘은 마이구미가 먹고 싶어요. 그리고 델몬트 주스도요."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서 식욕은 점점 더 강해졌다. 한밤중에 갑자기 눈이 떠지고, 마이구미가 먹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던 날들. 4월의 쌀쌀한 밤, 가끔은 직접 외투를 걸치고 나가 문을 열어둔 슈퍼마켓을 찾아가기도 했다. 마이구미를 손에 쥐는 순간의 그 기쁨이란.
출산을 앞둔 어느 날, 나는 마지막으로 마이구미 한 봉지를 먹으며 델몬트 주스를 마셨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안과 걱정이 잠시 잊혀졌다.
그것들은 이제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나의 임신 여정을 함께한 동반자였으니까.
아이가 태어난 후, 신기하게도 나의 식욕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마이구미에 대한 갈망은 마치 마법처럼 사라졌고, 오렌지 주스도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아이는 그때 젖병을 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아이가 자라서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게 될까? 혹시 복숭아맛 마이구미와 오렌지 주스를 특별히 좋아하게 될까?
지금도 가끔, 편의점 과자 코너를 지나다가 마이구미를 보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그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열 달의 시간 동안 나와 함께했던 마이구미와 델몬트 오렌지 주스. 그것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내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의 깜짝 선물이었다.
아이가 자라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느 날, 마트에서 갑자기 손가락으로 마이구미를 가리켰다.
나는 놀라서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을까? 한 번도 먹여본 적 없는데.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 순간, 나는 미소 지었다. 어쩌면 우리 몸은 기억한다. 엄마의 몸속에서 느꼈던 그 단맛과 향, 그리고 그때의 행복감을. 나는 마이구미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래, 오늘은 특별히 마이구미 먹자."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임신했을 때의 나를 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그리고 음식이 단순한 영양분 이상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마이구미와 델몬트 오렌지 주스는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되었지만, 그 달콤함과 상큼함은 여전히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의 달콤한 증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