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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샘 Feb 08. 2024

명절 선물

흰샘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

내게는 1년에 몇 번만 꺼내 보는 두 개의 ‘명단’이 있다. 하나는 명절에 선물을 보내는 명단이며, 또 하나는 연하장을 보내는 명단이다. 대부분 겹치기도 하지만, 몇몇은 다르다. 그런데 해마다 그 명단에 차이가 좀 난다. 새로 늘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개는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났거나, 더 이상 무엇을 주고받기 어려운 사이가 되는 경우가 있는 탓이다.

이번 명절에는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하나 고민될 때가 있다. 우선 ‘누구’는 명단이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으나, 그렇다고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꼬박꼬박 그 명단에 맞추어 선물을 보내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워 보기로 했다. 가족 친지야 명절마다 선물을 보낸다 해도 학교 선후배나 공부로 만난 이들에게는 추석에만 보내고 연말에는 연하장으로 대신하리라는 나름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하는가이다. 내가 보내는 선물은 대체로 5만원 선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과일이나 한과 같은 것들이다.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이다. 친척 조카가 영광 법성포에서 굴비 장사를 하는지라 가끔은 굴비 선물도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모두에게 하지는 못한다. 이번 설에는 작년에 ‘생긴’ 사돈댁, 양쪽 집 어머니와 형제들에게만 선물을 보냈다. 

마음으로는 내가 아는 이들 모두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들 모두가 지금까지 나를 여기로 이끌었으니... 일일이 선물을 하지는 못해도, 내가 아는 이들을 최대한 떠올려 보면서, 그들의 삶이 늘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삶 자체가 선물이기를 기원하는 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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