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하면 떠오르는 시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영랑은 모란이 지는 것을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파했다. 그러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이라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라고 노래했다.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백거이도 감성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도 모란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 두 수를 남겼다. 마지막 남은 두 송이마저 내일 아침이면 떨어질 것 같아 밤중에 등불을 비춰가며 바라보는 마음은 영랑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수에서 비바람에 찢긴 모란꽃이 진흙탕에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탄식하는 심정 또한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는 아쉬움을 노래한 영랑과 같은 마음이다. 물론 백거이가 영랑보다 1200년이나 먼저이다.한동안 흐드러지게 피었던 모란이 한 사나흘 비바람에 다 떨어졌다. 아마 옛 시인들은 모란이 지는 것을 봄의 끝으로 인식했는지도 모른다. 하여, 모란이 지는 일은 어쩌면 상춘(傷春)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