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하던 운동 루틴을 책 쓰기 프로젝트의 과중함으로 한 달 쉬었다. 그러다 어제 다시 시작했다. 매일 하는 루틴의 중요성을 느끼는 반면 한 달 동안 쉼으로써 느끼는 것도 있다. 우리는 대게 어떤 것을 하면서 '나는 지금 이것을 하고 있어서 괜찮아'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운동도 그렇다. 2년 동안 하던 운동 루틴을 안 하면서도 근력운동을 틈틈이 하고 있어서 '괜찮아 근력운동하고 있잖아'라고 생각했는데 안 괜찮다는 것을 내 몸이 말한다.
한 달 동안 안 하던 홈트를 하고 저녁에 근육통이 왔다. 어깨와 종아리가 땅기고 온몸이 뻐근했다. '아니 매일 근력운동하는데 그거 한번 했다고 몸이 이렇게 뻐근하다고' 잠시 내 몸에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지만 매일 하는 근력운동은 시간 날 때 틈틈이 하는 거라 이제는 적응이 돼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홈트는 1시간짜리를 쉼 없이 해야 하는 덤벨 운동이다. 몸에 쓰이는 근육 자체가 다른데 근육통은 당연한 거 아닌가? 다시 아침에 운동을 하려니 온몸에 전해지는 근육의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해서 아침 식사 후 나의 전투복을 입고 글을 쓴다. 마음이 해이해질까 봐 미리 선수 치는 거다. 그래야 뭐라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경험이 많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47살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많은 배움과 직업을 택했다. 그 많은 직업을 택하기까지의 배움도 많았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대체적으로 배움이 필요했기에 선택한 결과다. 28년 전 처음 대기업을 다닐 때도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학교를 함께 다녔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기에 한식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했고 영양사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결혼과 교통사고 출산 등 그 당시에는 복잡한 상황으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내 인생에 시험에 도전해서 마무리하지 못한 유일한 것이 한식조리사다. 그 이후에도 요리학원에서 요리도 배우고 다시 한식 조리사에 도전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 한식조리사는 마음에서 내려놨다. 꽃꽂이를 배울 때는 굳이 남들이 힘들어서 안 한다는 화환 꽂이도 배워서 직접 꽂기도 하고 사무직을 할 때는 워드며 엑셀 자격증을 땄다. 어린이집 다닐 때는 다른 선생님들은 주말에 쉬는데 집은 수원이지만 서울까지 가서 풍선아트, 종이접기, 아동미술심리, 구연동화, 리본아트 등 내가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들은 다 배워서 자격증을 땄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덤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매번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고 다시 시작했다. 내 나이 오십이 되기 전까지 나는 한 가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나는 한 가지의 전문성도 없고 그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했을까를 늘 아쉬워했다. 게리 켈러의 《원씽》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중 다른 모든 일들을 제쳐 두고서라도 꼭 해야 할 단 "한 가지 일"이 무엇입니까?를 묻는 질문이 있다. 내 인생에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나는 무언가 한 것은 많고 배운 것도 많은데 딱히 내세울 커리어가 없다는 것에 늘 위축이 들어 자존감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나의 성향도 있을 테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 끈기 부족도 있을 테고 그때의 상황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때는 뭔가 내세울 커리어도 없고 이것저것 경험만 쌓고 결국 결과는 없다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오십이 되고 보니 그 수많은 나의 경험은 다 공짜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경험에는 공짜가 없다. 나는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없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 반응도 그렇다. 항상 내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나 이거 해보려고"하면 주변 반응이 하나같이 똑같다. 시작하는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얘기를 꺼낸 건데 듣는 주변 사람들은 "그래 너 그거 하면 잘할 것 같아" "잘했네. 너 잘할 거야"라는 반응이다. "네가 무슨 그걸 해?"" 그건 네 전공이 아니잖아""에이,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 온다. 가끔은 주변 반응이 나보다 더 적극적일 때가 있어서 "뭐지 이 반응은. 그냥 하는 소린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무엇 하나 내세울 커리어도 없고 큰 결과가 남아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가까이에서 보는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가족들의 인정 하나면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된다.
그렇게 오십이 되고 알았다. 경험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그때마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배운 나의 경험들이 그때는 크게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라도 지금 오십을 먹고 뒤돌아 보니 그 경험들이 곧 나임을 안다. 어떤 것을 시작하고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자신만의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내적 동기가 탄탄할수록 오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런 경험의 다양성이 지금 나에게 내적 동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의 내적 동기가 역할을 못하다가 이제 온전히 나의 시간을 내가 통제하고부터 그 내적 동기가 더 힘을 발하고 있다고 믿는다.
운동도 한 가지 운동만 계속하면 그쪽 방면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좋지만 다양하게 경험한 사람일수록 받아들일 수 있는 도전과 용기 폭도 넓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수영을 4년 배우면서 철인 3종 경기를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러닝을 뛰면서 마라톤 10킬로를 뛰었고 하프를 뛸 용기를 가졌다. 꽃꽂이를 배우면서 식물 키우기, 다육이, 화분 갈이까지 배워 직업을 가졌고 2달 요가를 배우면서 요가는 나하고 안 맞지만 명상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명상을 하게 됐다. 집 정리를 하면서 정리수납 전문가의 꿈을 키우기도 했고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작가의 꿈을 키운다. 이런 경험들은 지금의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며 좋은 글을 쓰는 원천이 되어 준다. 경험에는 공짜가 없듯이 지금도 나는 경험을 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나는 다른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도 있다. 하다가 아니면 다른 걸 배우고 또 어떤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경험은 귀중한 수집가에 아이템이다"라고 아이작 마리온은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고 있음을 알기에 지금은 나의 이런 배움과 노력, 경험의 다양성이 좋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만의 선택과 결정으로 살아간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각자가 느끼는 성공과 행복이 다를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