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 김장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부산스럽습니다. 텃밭에 있는 무도 미리 수확을 해서 깨끗이 닦아 준비해 두고 김장에 들어갈 마늘이며 생강도 미리 까서 준비해 둡니다.
지금은 김치를 담그더라도 직접 절이지 않고 절임배추를 사서 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하면 할 일이 배는 줄었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이든 과정은 늘 수고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고 김장하는 날이면 온 시댁 형제들이 모여 김장을 했습니다. 밭에 있는 배추를 따와 소금에 절이고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배추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였죠.
'무슨 김치공장도 아니고 배추김치만 먹고사나. 뭐가 이렇게 많아.' 매년 김장을 하고 나면 또 그렇게 1년 농사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시댁 형제가 5형제니,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자식들 뒷바라지해 주시느라 힘들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을 테지요. 김장하는 날이면 허리 통증부터 오는 것 같은 스트레스가 있었답니다.
부모님의 마음은 다 같은 자식이니 늦게 오던 빨리 오던 김장비를 넉넉하게 주던 안 주던 상관없이 모두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요. 자식들만 이해관계 따지며 힘이 드니 왜 빨리 안 오니 김장비는 적게 주고 김치는 많이 가지고 가니.. 참.. 어려운 일이죠.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김장을 하겠다고 손수 준비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 수고스러우니 부모님들 생각이 또 문뜩 듭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죠.
김장은 준비가 반이라는 것을요. 부모님들이 해줄 때는 고마운 줄 모르고 먹다가 정작 그런 특혜가 사라지면 알게 되죠.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요.
김장하는 날이면 항상 재료 준비는 부모님들의 몫이었죠. 일하고 늦게 온다는 핑계며, 바쁜 일이 있어서 저녁때나 돼야 갈 수 있다는 자식들의 이런저런 핑계로 마음 급한 부모님들은 항상 미리 모든 재료들을 준비해 놓으셨지요. 그런 것들이 그저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런 과정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으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 텐데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나무라지 않으셨던 시부모님.
김장 때가 되니 또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과정은 늘 수고스럽습니다.
내일은 대파며 쪽파, 갓 등을 사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양이 아니니 김장날 모든 재료를 사서 해도 되지만 미리 준비해 두면 김장날 함께하는 가족들이 또 편하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저도 모르게 준비하게 됩니다. 그동안 시부모님께 배운 것이 어디 안 가나 봅니다. 김장을 앞두고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예전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도 직접 해보면 이렇게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과정은 늘 수고스럽습니다. 어떤 것이든 마찬가지겠죠. 어떤 일들에는 과정은 잘 나타나지 않고 결과만 크게 부각되는 것들이 있죠. 그러나 과정을 준비해 본 사람만이 결과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죠. 과정이 수고스럽더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또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니까요.
요즘엔 밥도 잘 안 먹고 김치 소비도 많이 줄어 젊은 사람들은 김치를 많이 안 먹는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우리의 김치는 사랑입니다.
김장하기 힘은 들어도 겨우내 먹을 김치를 보면 또 흐뭇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 인가 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