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지고 즐거운 날이란
아주 인상적이거나 놀랍거나 신나는 일이
일어난 하루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진주를 한 알씩 실에 꿰듯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작은 기쁨이 하나씩
부드럽게 이어진 날이죠.
- 빨간 머리 앤 명대사 중 -
어제는 오랜만에 새벽에 깨서 잠을 설쳤습니다.
요즘 운동 때문인지 대부분 제 시각에 잠을 청하면 아침까지 잘 자고 일어나는데 어제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 잤습니다. 잠을 푹 못 자서 그런지 오늘은 책을 읽다 말고 잠깐 졸고 점심 먹고 잠깐 자고 운동 후 씻고 나와 또 자고 하룻밤 못 잔 잠이 이렇게 아쉽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낮잠을 잤습니다.
요즘 독감이 심해 여기저기 지인들과의 전화 통화에 감기로 심하게 앓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그나마 아직 가족 모두 감기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어젯밤부터 시작된 남편의 기침이 밤새 콜록대며 심하게 들려 잠을 자다가 깼습니다.
어젯 저녁 남편과 밥을 먹고 난 뒤 차 한잔 마시며 TV를 봤습니다. 남편이 애정하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어쩌면 남편의 하루 피로를 푸는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하루 중 신경 써야 할 곳은 너무 많겠지요. 이 힘든 시기에 큰 부침 없이 사업을 유지해 나가려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할지 제가 아는 것은 아주 일부이겠지요.
매일 저녁 식사 후 자연인을 보는 남편에게
"또 자연인 봐?"
"그거 뭐가 재밌다고 그렇게 본거 또 보고 매일 그렇게 찾아서 봐?라고 하니 남편이 하는 말.
"순수하잖아"라는 짧은 대답을 합니다.
매일 일상에 주어진 복잡한 일들을 해결하고 저녁이면 그저 생각 없이 자연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맛있는 거 요리해 먹고 살아가는 자연인들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방송된 자연인 내용에 아내의 건강이 암으로 인해 안 좋아져 산으로 함께 들어갔다가 아내는 그사이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되었다는 자연인. 집에서 얼마 멀지 않는 곳에 아내를 수목장 해 놓고 매일 아내를 만나고 온다는 자연인이 아내가 살아생전 그렇게 잘하고 예쁘고 현명했는데 자신은 정작 있을 때는 그렇게 소중한 줄 모르고 아내가 떠나고 나니 그렇게 애틋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잠이 들어서 였을까요?
남편의 계속되는 기침에 잠이 깨고 온 신경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건강은 각자 알아서 챙기는 거야'
'운동을 해야지. 체력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닌데'
'나. 오늘 마라톤 뛰고 왔다'
운동하기 귀찮아하는 남편에게 자주 하는 제 말이 밤새 마음에 걸렸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 출장길에 날씨가 엄청 추워 그날부터 조금씩 감기 증상이 있었던 건데 그걸 알아채는 세심함이 없었습니다.
어제 도라지청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길래 그것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밤새 계속되는 기침소리에 지금 남편에게 너무 소홀한 게 아닌지 돌아 보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기 전 제일 먼저 생강차에 도라지청 진액을 넣고 물을 끓여 꿀을 타서 보온병에 챙겨주었습니다. 평소라면 귀찮다고 안 가져가겠다고 했을 텐데 가져가는 남편을 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주변에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과 가족들의 안위를 챙기며 살아가는 것만큼 소중한 게 없다는 것을 요.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그것을 잃고 나서 느끼는 소중함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지금 여기에서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일상의 작은 기쁨이 하나씩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나의 주변을 살피는 세심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 하루입니다.
무탈한 하루,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소중함을 느낍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