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무심코 하는 행동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아침부터 일찍 준비하고 소파에 누우려는 마음이 들기 전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했습니다.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를 기다리다 해가 뜨기 전 집을 나섰습니다.
러닝을 뛰기 전이라 가볍게 입은 옷으로 살짝 추위가 느껴집니다. 가벼운 준비운동을 마치고 뛰려고 하니 아차 싶은 것이 있습니다. 평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러닝을 뛰는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조금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나와서야 알게 되었으니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음악 없이 그냥 뛰어보기로 했습니다.
평소와 다른 시간대라 그런지 조금은 생소한 풍경입니다. 열심히 출근길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평소 같으면 출근시간이 지난 후라 중년부부나 나이 드신 분들이 조금은 여유롭게 걷기 운동을 하는 모습이라면 오늘은 모두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바쁜 걸음걸이를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러닝을 뛰다 보니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요 며칠 잔소리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한동안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잘 지낸다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남편에게 딸에게 잔소리를 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이번 감기가 독해 남편이 기침이 심해져 밤만 되면 몰아치는 기침을 해대곤 해서 저도 모르게 아침저녁 식탁에서 잔소리를 늘어놓게 됩니다.
'기침이 그렇게 심하면 병원을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든지 해야지'
'자기 몸을 자기가 관리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건강 생각해서 운동도 하고 자기 관리를 해야지'
'자기 몸 안 챙기고 돈만 벌어 뭐 할 거야'
물론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리라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만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짜증이 나는데 뻔한 잔소리를 해대니 듣기 싫은지 남편도 '알았어. 그만해. 다 알아들어'라며 말을 자릅니다.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큰딸이 몇 주 전에 기숙사에서 나와 혼자 자취를 하겠다고 선포를 하고 지난주 큰 딸이 살 전셋집을 보러 다니며 그 또한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냥 같이 사는 사람한테 잘 맞추고 살면 안 돼?'
'꼭 대출까지 받아서 전세를 살아야겠어?'
'대출이자에 생활비까지 안 들어가던 돈이 들어가면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힘들 텐데'
'그럼, 그냥 집으로 들어오는 건 어때?'
이미 큰 딸 스스로 계획하고 계산해서 내린 결정인데도 엄마라는 이유로 계속해서 전셋집을 보면서 이동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며 잔소리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전세비용을 대줄 것도 아니면서 이래라저래라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딸 역시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했고, 그 선택에 따를 거야. 엄마가 걱정하는 부분은 알지만 이제 그만하면 안 돼?'라며 말을 자릅니다.
남편도 딸도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걱정하고 잔소리했던 것에 비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맞이합니다. 남편의 기침은 많이 잦아들었고 큰딸은 집 계약을 마쳤습니다. 며칠 동안 혼자서 가족들을 걱정한다는 명목으로 잔소리를 늘어놨던 저를 생각해 보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걸 혼자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유난을 떨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지 잘난 맛에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저를 반성합니다. 생각해 보면 나만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아닌데, 가족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하고 하루를 살아가는데 그저 지금의 저의 방식 저의 사고에 맞춰 가족들에게 '운동도 좀 하고 자기 관리를 해야지. 책도 읽고, 주말에 시간이 되면 산에도 좀 다니고 건강관리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니 가족들도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온전하게 지낼 수 있는 건 모두 덕분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온전히 지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들의 노력이 없으면 저 역시 지금처럼 지낼 수도 없을 텐데 그저 지금의 제 방식과 맞지 않다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하지 않아야겠다 느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지금 내가 온전한 것은 모두 덕분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