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핀 벚꽃은
밤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을 불러내기에도 충분한가 보다.
한 시간가량 출퇴근을 하는 남편이라
밤 산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퇴근하면 저녁식사 후 쉬기 바쁜 일상이지만
1년을 기다려 며칠 사이
화사하게 핀 벚꽃 덕분에
남편 팔짱을 끼고 밤 산책을 즐긴다.
집 앞 개천에 길게 핀 벚꽃길은
밤낮으로 사람들로 붐빈다.
활짝 핀 벚꽃길을 남편과 함께 발맞춰 걷노라면
무던해진 마음에도 사랑이 꽃피운다.
때때로 자연은 그리고 아름다운 분위기는
중년부부로 나이 들어가는 부부에게
추억을 상기시켜 준다.
"내일 비 소식이 있던데
비 오기 전에 벚꽃길 산책하고
저녁은 나가서 먹고 올까?"
남편의 작은 배려에 고맙다.
사실 낮에도 다녀온 벚꽃길이지만,
그리고 거실 창문 너머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밤 산책을 즐겨하지 않는 남편과
함께 걷는 이 길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난 일요일 낮 동안 활짝 핀 벚꽃을 보며
기분 내려 봄옷 차려입고 나갔다가
꽃샘추위에 화들짝 놀라
추위에 떨며 즐긴 야외에서의
맥주 한 잔이 즐겁다.
꽃샘추위에 놀라
밤 산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봐
따뜻하게 차려입고 나간다.
봄은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사랑이 싹트기에 너무 좋은 계절이다.
삼각대를 놓고 벚꽃을 배경 삼아
연실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젊은 연인들을 보며
'참 좋은 시절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농익은 중년부부의 팔짱 낀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봄은 밤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불러내는 재주꾼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