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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텃밭 농부의 일상

by 말상믿


지난 주말 텃밭에 다녀왔습니다.

5월 말의 텃밭은 풀과의 전쟁입니다.


잡초의 생명력을 보면서 때로는 이렇게 강한 생명력으로 살고자 하는데 그냥 둘까 싶다가도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동으로 호미를 들고 풀을 뽑고 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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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한나절 뽑은 풀들은 나무 밑거름이 되고 마음도 한결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사이 가지, 토마토, 오이 모두 꽃을 피웠습니다. 보라색 가지 꽃이 너무 예뻐 한참을 들여다봅니다.


KakaoTalk_20250526_215558562_17.jpg?type=w773 가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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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버님이 주신 들깨 모종을 심어 수확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들깨 씨를 청소하느라 쓸어 화단에 버렸더니 올해는 화단에 들깨 모종 천국입니다.


바람에 날려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은 모두 내렸습니다. 식물의 생명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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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애정하는 메리골드 새순은 몇 그루 눈에 띌 뿐 소식이 없고 그 자리를 잔뜩 메운 들깨를 보며 올해는 들깨 농사를 별수 없이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들깨는 손이 많이 가서 안 심으려고 한 건데 예쁘게 올라온 새순을 그냥 둘 수가 없어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텃밭에 나가면서 주말에 다른 사람들은 놀러 다니는데 우리는 매주 공장 텃밭에만 가는 거냐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남편한테 했는데 정작 텃밭에 오면 더 좋아하는 저를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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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색을 띠던 나무들도 초록의 색을 입고 잘 자라는 것 보면 기분이 좋고 그게 뭐라고 토마토에 어린 열매가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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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콩은 어느새 담장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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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526_215558562_08.jpg?type=w773 호랑이 콩


풀 뽑다 힘들면 잠깐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글도 쓰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여유를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눈을 감고 잠시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에 집중하며 명상도 해 봅니다.



텃밭은 매번 비슷한 일상 같지만 올 때마다 자연은 다른 가르침을 줍니다. 자연에 거슬리지 않고 사는 지혜를 조금씩 배우게 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결실들이 일상에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줍니다.



작년에 메리골드 꽃을 따서 꽃 차를 만들고 향기로운 꽃 차를 마시면서 올해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유인지 작년에 그렇게 많이 나와 모종을 솎아주기까지 했는데 올해는 보기가 힘듭니다.


아쉬운 마음에 화단에 조금씩 올라온 메리골드 모종을 고이 파내 좀 더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텃밭에 다녀오면 집에 와서도 할 일이 많아집니다. 텃밭에서 공수해 온 여러 가지 작물들을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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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깻잎순이 지천이라 깻잎순을 따와 볶음을 해 먹었습니다. 애플민트 잎도 따서 깨끗이 씻어 말려 차로 마시려고 합니다. 요즘 커피를 끊고 나니 차를 적극적으로 마시게 됩니다.


KakaoTalk_20250526_215558562_07.jpg?type=w773 애플 민트


야산에 뽕잎 새순도 야들야들 너무 연해 따와서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고기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깔끔하니 맛이 괜찮답니다.


KakaoTalk_20250526_215558562.jpg?type=w773 뽕 잎 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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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텃밭 농부는 게으를 틈이 없습니다.

애써 기른 작물들을 수확 후 잘 소비하는 것도 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5월 말 주말 텃밭 일상은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풀과의 전쟁도 적당히, 작물에 대한 욕심도 적당히,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살라 합니다.


아직은 텃밭 결실이 풍요롭지 않지만 금방 자연의 좋은 햇빛과 비바람을 맞으며 쑥쑥 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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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주는 풍족함과 여유로움이 참 좋습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결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주말 텃밭 농부의 그렇고 그런 일상이 행복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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