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못했을 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나에게는 책 읽기와 텃밭이다.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것.
금요일 북토크를 잘 마무리하고 마음이 편해져서 어제는 아침 일찍 준비하고 텃밭을 다녀왔다.
주말 텃밭 농부라 여행 일정으로 3주를 못 간 텃밭은 그야말로 정글을 이루고 있다.
텃밭 작물들도 각자 제 할 일들을 톡톡히 하고 있고 거기에 잡초들도 가세해 텃밭을 이동할 통로도 좁아졌다.
오이는 탐스럽게 열렸고 그동안 훌쩍 큰 옥수수와 호박도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었다. 블루베리도 익을 때로 익어 만지면 톡 떨어진다.
메리골드 꽃도 그동안 씨가 발아가 안된 듯 모종도 보이지 않더니 비를 맞고 일제히 모습을 보이며 올라왔다.
기특한 녀석들.
텃밭에는 양은 적지만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작물들은 주인 발걸음 듣고 자란다고 하는데 3주간 신경도 못썼는데 잘도 컸다.
물론 아침저녁 출퇴근 길에 남편이 물도 주고 정성을 쏟고 있는 것도 안다. 직원들도 쉬는 시간에 둘러보며 한 번씩 필요한 작업들을 해주기도 하지만 이곳저곳 꼼꼼한 손길은 텃밭 주인인 내가 가야 비로소 정리가 된다.
어제는 다행히 날이 흐리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 텃밭정리를 하는데 땀은 났지만
땡볕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나는 전생에 노비였을까?
한 번씩 일을 손에 잡으면 무섭게 하는 버릇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인데도 알아서 하는 노비 근성 말이다.
한번 해야겠다고 맘먹은 일은 그 일이 다 끝나야 손을 놓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일까지 그렇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내가 생각해도 질릴 정도로 일을 손에 놓지 않는다.
하루 종일 텃밭에서 이런저런 텃밭 일을 하고 점심도 콩국수 배달시켜 먹어가며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에 왔다. 땀도 많이 흘리고 힘은 들었지만 텃밭은 나에게 힐링이 되어준다.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 얼마나 가고 싶었던 공간이었는가?
어떤 것을 못했을 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년까지만 해도 잡풀인 줄 알고 뽑아버렸던 명아주가 올해는 내 키만큼 자랐다.
굵고 반듯한 녀석들만 선별해서 키우고 있다. 올해는 잘 키워 명아주 지팡이를 만들어 아빠랑 아빠가 다니시는 주간보호 센터 어르신들에게 선물해 볼 생각이다. 잘할 수 있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땀을 흘리고 그것이 힐링하는 시간이 되어준다면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햇볕에 그을리고 흙을 만져 투박해진 내 손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든다. 주인 잘못 만나 예쁜 네일아트는 못해줄망정 매번 손톱에 낀 흙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텃밭에서 공수해 온 작물들로 신선하고 맛있는 샐러드를 먹을 때면
그게 뭐라고 또 행복해진다.
오늘은 마음에 양식인 책도 읽어야겠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