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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그런 사람 아니야

by 말상믿


"그 사람은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번 휴가를 다녀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다.

형제들과 휴가를 계획하고 장소가 정해지면 각자 자신의 차량으로 여행지로 이동한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어디쯤 오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잘 오고 있는지 서로 전화를 해 묻기도 한다.


출발 시간도 비슷하고 이동하면서 전화 통화를 한 결과 오빠네와 우리가 내비게이션 안내상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다는 걸 확인했다.


여행 도착지 20킬로미터쯤 되었을 때 어딘지 낯익은 차량이 우리 바로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흰색 싼타페 000 도 0000.


남편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저 차 형님 차 아닌가?"

"차량번호가 형님 차 같은데."

"그러게 오빠 찬가?"

"차량번호가 낯익은 거 같기도 하고."


그때부터였다.

계속 우리 앞에 가고 있는 흰색 싼타페 차가 의식된 게.


한참을 운행하다가 앞서가는 흰색 싼타페 차량의 운전이 다소 난폭함을 느꼈다. 2차선 도로에서 추월할 상황이 아닌데도 추월을 해서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우리 차보다 2~3 차량을 앞서간다. 한두 번이 아니고 눈에 거슬릴 정도다.


그러나 한참을 가다 보면 언제 앞서갔는지 모르게 다시 우리 차량 앞에 있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앞서가도 얼마 안 가 우리 차와 비슷한 시간에 같은 곳을 가고 있는 거 보면 그런 노력이 그다지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운전 참 험악하게 하네."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오빠 차인지 확인은 안 되었지만 은근 신경이 쓰였다.


"에이, 운전 저렇게 하는 거 보면 우리 오빠 차 아니야"

"그러게. 형님이 아버님 어머님 모시고 가시면서 운전을 저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그니까."


이렇게 말하면서도 괜한 조바심이 생겼다.

혹시 오빠 차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에는 이미 이런 걱정이 앞서갔다. 오빠 차면 나중에 한소리 할 요량으로 그 차량을 더 유심히 살폈다.


한참을 뒤따라가는데 그 흰색 싼타페 차량은 자신의 앞 차량에 위협이라도 주는 듯 차간 거리를 바짝 부치고 뒤따라간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성급한 운전자가 내 차 뒤를 따라오면서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 같은 차간 거리에 빨리 안 비켜주면 당장이라도 박을 기세로 뒤따라왔다. 운전하면서 뒤 차량에 위협을 느끼면서 저 사람은 왜 운전을 저렇게 할까 어차피 저렇게 바짝 따라붙어서 온들 지금 상황에 추월을 할 수도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앞 흰색 싼타페 차량을 보면서 나도 한마디 거든다.


"참 운전 지저분하게 하네."

"저렇게 운전하면 앞에 사람이 얼마나 불안한데."

"저렇게 딱 붙어서 위협을 하는 거야."

"어차피 도로 상황상 빨리 가지도 못하는데 조금 떨어져서 가지."


남편도 긴가민가하면서 은근 의식하는 눈초리다.


"저렇게 운전하는 거 보면 우리 오빠는 아니야"

"내가 아는 우리 오빠는 저렇게 운전하지 않아."

"그렇지. 형님 차 아닌 것 같지."

"그것도 부모님까지 모시고 오면서 저렇게 운전한다고."

"절대 아니지."


자꾸만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차량에 마음이 쓰이는 건 왜였을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뒤통수 맞을 거 같은 배신감을 확인하기 싫어서였을까?


이런 대화를 남편과 주고받으며 우리는 계속 뒤따라갔다. 20킬로 미터를 같은 도로를 주행하며 마음이 언짢았다. 혹시 오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빠한테 전화해서 차량번호를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미리 확인하기가 싫어서였을까?


도착지 근처쯤 왔을 때 마음은 더 불편해졌다. 이제 불과 2킬로미터 밖에 남지 않았는데 모르는 차가 20킬로미터를 같이 오기도 쉽지 않다.


네비 안내가 도착 예정 700m를 알리는 멘트를 한다.

"약 700m 앞 우회전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쿵작 거린다.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그 순간 앞서가던 싼타페 흰색 차량은 뒤에서 인식하고 가는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직진을 향해 목적지를 통과한다.


"거봐. 우리 오빠 아니라니까."

"오빠가 운전을 저렇게 할 리가 없지."

"내가 아는 우리 오빠는 그런 사람 아니야."


조금 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볼 때와 달리 나의 목소리가 커졌다. 마치 무언가에 억눌러 있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자신도 모르는 탄성이 나오는 것처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아니야. 내가 아는 그 사람은 그런 사람 아니야"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 부모님은 그런 분 아니세요"

"우리 자식은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니라고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의심이라고 하기엔 오빠를 믿고 있는 마음이 컸고, 걱정이라고 하기엔 혹시 오빠면 어떡하지라는 의심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을 정확하게 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앞서가는 차량을 정확하게 확인한 것도 아니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의심(?) 아닌 의심을 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어떤 부분이 그 사람에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어는 중간지점에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를 아는 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느끼면서.


도착지에 오빠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 도착한 오빠는 아빠와 엄마를 모시고 오느라 휴게소에 들러 점심까지 챙겨드리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그래, 내가 아는 오빠는 저런 사람이지."

작은 안도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저녁 형제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한 번 더 확인사살을 해본다.


"야, 동상. 너는 오빠 스타일을 아직도 모르냐?"

남편이 웃으면서 한마디 거든다.

"에이, 형님. 저 사람 내가 아는 우리 오빠는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하던데요 뭘."


그렇다.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내가 아는 상식대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형제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바탕 웃으며 에피소드를 나눈다.


나는 나를 아는 그 사람들에게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확신을 주는 사람인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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