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화요일 아침
거실 창문의 방충망까지 열고
바깥 풍경과 마주한다.
도로에는 출근을 서두르는 차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신호가 끝나면 또 한차례
차량 행렬로 이어진다.
처서가 지나 가을 초입에
접어들어야 하건만
여전히 한여름의 풍경처럼
짙푸르고 무성한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거린다.
밤새 천둥번개로 새벽녘에 잠이 깨
쉬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아침 기상시간 한 시간 전에
겨우 다시 잠이 들었다.
아쉬운 잠을 뒤로하고 알람을 끄고 일어났다.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비는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적추적 내렸다 순간 또 많은 비를
퍼부었다를 반복하며 계속 이어간다.
이 비에도 잠깐 고민했다.
마라톤을 뛰러 갈까?
이런 날씨가 달리기 하기엔 딱인데.
어차피 땀으로 흠뻑 젖을 거
비로 좀 젖으면 어때.
간간이 원천천에도 러닝 하는 사람
라이딩하는 사람
우산 쓰고 걷는 사람이 보인다.
이런 날이 제일 애매하긴 하다.
나갈 때 애초에 비가 안 오다가
뛸 때 비가 오면 괜찮은데
나가기 전 비가 오면 마음잡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사람들은 얼마나 굳은 의지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 때문인지 바람도 차가워졌다.
창밖에서 순간 확 불어오는 바람이 낯설다.
언제 이런 바람을 느꼈는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도
별안간 장대 같은 비를 뿌리고
또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비는 조용하다.
얼마 전 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커피가
다시 생각나 커피 머신에서
블랙커피를 내려 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 들이켜니
그게 또 뭐라고 행복감이 밀려든다.
마음이 갈팡질팡할 때
생각 없이 나서야 하건만
오늘은 생각이 앞서 창가 자리를 잡고 나니
나가기는 글렀다.
비로 인해 차도를 달리는 소리가
꽤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린다.
원천천을 건너는 징검다리는
그새 이번 비로 잠겨 사람이 다닐 수 없다.
불어난 물이 부담스러웠을까.
평소 유유히 떠다니던 원앙 가족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안전 차단기는 내려오지 않아서인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원천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바쁜 일상에 저마다의 발걸음을 재촉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차도에는
더 많은 차량들이 주차장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다.
그동안 안 마셨던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약간의 속 쓰림이 느껴진다.
비가 그쳤으려나?
잠깐의 소강상태에 또 마음이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뛰고 올까?
이런 날 마음은 늘 갈팡질팡 흔들린다.
그럼에도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글을 쓰는 동안
원천천을 걷고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뭐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
그러면 행동하게 된다.
아침에 흔들리던 마음이
이런 날에도 걷고 뛰는 그들을 보면서
나 역시 동기부여가 된다.
비 오는 날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두서없이
생각대로 써 내려간 글은 여기까지.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