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느 때는 쓸 말이 많다가도 어느 때는 쓸 얘기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있어도 쓸 글이 없어 멍하니 쳐다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자연을 보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일상이 단조로워도 자연은 단조롭지 않다. 매일 뜨는 해가 다르고 바람, 날씨, 온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쓸 얘기가 없을 때는 자연의 모습을 느낀 대로 기록하다 보면 쓸 말이 생긴다. 자연을 느끼는 마음, 오늘의 기분과 감정을 천천히 생각해 보고 적다 보면 어느새 글은 시작이 된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인지 동녘에 해가 떴는데도 눈이 부시지 않다. 주황빛의 동그란 해가 산허리를 지나 우뚝 섰는데도 밝음이 없다. 빛이 없다. 마치 지는 해 같다. 평소 같으면 떠오르는 해에 눈이 부셔 책상에 앉아 어떻게든 햇빛을 피하려고 창문틀로 가려보기도 하고 커튼이나 의자 방향을 돌려 피하기도 한 햇빛이 빛을 잃으니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쓸쓸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빛은 점점 생명력이 강해지듯 빛을 낼 것이다. 구름에 가려진 햇빛도 아니고 하늘로 우뚝 선 해가 찬란히 떠오르지 못하니 자꾸만 정면으로 쳐다보게 된다.
며칠 추웠던 날이 풀렸다. 다시 완연한 가을날이다. 자연은 가을 옷으로 하나씩 갈아입고 있다. 지난 주말 설악산에서도 만끽하지 못했던 단풍을 집 앞 개천가에서 보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은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잠시 시간을 내어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많은 것을 내어준다. 오늘은 수영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가야겠다. 바람을 느끼고 가을을 느끼며 타는 자전거는 최고의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아침 메리골드 꽃차 향이 코끝에 닿을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가 느껴지고 꽃잎이 천천히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차를 마시면 속이 따뜻해진다. 언제부터인지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차를 마시는 것이 더 좋아졌다. 커피는 정신을 깨워주는 효과는 있지만 속이 편하지 않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해 주고 편안하게 해 준다. 아침 따뜻한 차 한 잔이 숨을 크게 쉬는 여유를 준다.
그 사이 해가 밝아졌다. 아침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쓸쓸해 보였는데 다시 빛을 내고 있다. 시시각각 자연은 변하고 그 자연을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해는 구름에 가려 안 보일 때도 있고 오늘처럼 흐린 날 스모그 같은 뿌연 하늘에 빛을 내지 못하더라도 안 보이는 곳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 때를 기다려 구름이 사라지고 빛을 낼 때가 오면 어김없이 찬란하게 빛을 낸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변함없이 노력하고 있다면 변화도 반드시 찾아온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니 주변의 자연에 늘 깨어있어야 한다. 변화를 느끼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그 자연과 더불어 일상을 함께하다 보면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배움을 준다.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신도 깨어있다. 편협한 생각보다는 열린 생각을 하게 되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다 보면 마음도 넓어진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이게 되며 복잡한 생각을 떨치고 단순해진다.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할 때면 자연을 느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진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산책을 하고 바람을 느끼고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며 자연의 소리를 느낄 때면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연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바뀐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나무 흔들리는 소리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부대끼는 것 없이 편안하다.
자연의 소리는 긴 시간 들어도 변함없이 편한 쉼을 준다. 사람들의 잡음과 도시의 많은 소음이 자연의 소리에서 멀어진다. 지금 당장 자연으로 나갈 수 없을 때면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며 상상한다.
바닷가 철썩이며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산 정상에서 느끼는 바람 소리, 공원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한적한 숲 속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 폭포가 떨어지는 웅장한 소리, 비 온 뒤 처마에 톡톡 물 떨어지는 소리, 바스락바스락 발로 밟는 낙엽 소리, 아궁이 장작 타는 소리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는 너무 많은데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낼 뿐이다.
일상에 쫓겨, 바쁜 시간에 쫓겨, 마음에 여유가 없어 자연은 많은 것을 내어주는 대도 느끼지 못하고 지내게 된다. 눈을 감고 나의 경험을 살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연은 내 가슴에 마음에 한발 가까이 와있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오늘 하루도 멋지게 시작해 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