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생각

눈 오는 날의 아침 풍경

by 말상믿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복근 운동을 마치고 창밖을 봤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창밖은 하얘졌다. 만족할 만큼의 눈은 아니지만 며칠 전 눈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한 마음에 어느 정도 해소는 되는 듯하다.


어젯밤 눈 내리는 것을 보고 잤기 때문에 아침이면 하얀 설경을 기대했는데 어젯밤 눈이 내리고 그 이후에는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아침 복근 운동을 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얼른 저 눈이 녹기 전에 밟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오니 급한 마음과는 달리 씻지도 않고 눈을 비비고 책상에 앉았다.


이 기분을 모닝페이지에 쓰고 나가야지. 오늘은 남편 출장과 주말 이슈로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더 바쁘다. 창문에는 하얀 성애가 껴서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창문을 열어 창밖 풍경을 감상해야 한다. 방충망도 한쪽으로 밀어놓고 온전히 오늘의 햇살, 바람, 공기를 만끽해 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에 약간의 추위가 느껴지지만 그것도 좋다. 얼마 전 영업 종료한 집 앞 대형마트 주차장 옥상에는 사람의 발 도장이 찍히지 않은 깨끗함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미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눈길에는 발자국이 가득한 것에 비해 깨끗한 대지에 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물론 영업 종료로 폐쇄된 공간이라 나 역시 밟을 수는 없지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이 된다.


도시에서는 눈이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긴장한다. 그리고 바빠진다. 집 앞도 쓸어야 하고 영업하는 가게나 상가 도로 역시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눈길을 쓰느라 눈은 반가운 게 아니다. 남편의 공장만 해도 눈이 오면 마당에 내린 눈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야 한다. 출장 다녀온 남편 역시 공장에 눈을 치워야 하기에 눈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눈은 어쩌면 나처럼 주어진 직업이 없는 하릴없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간만에 내린 눈으로 나의 기분은 좋다. 며칠 전 말하고 상상하고 기다렸더니 눈이 내려 나로서는 나의 말을 우주가 듣고 이행해 준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정도의 눈으로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발이 푹푹 빠지고 나무에 소복이 앉은 눈을 산에서 보거나 눈이 내려 걱정이 없는 마음 평온한 곳에서 봤다면 눈 오는 날 개처럼 뛰어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눈 오는 날 개처럼 뛰어다닌다는 글을 쓰고 있으니 갑자기 공장 진돗개 탄 이가 생각난다. 탄 이는 눈 내리는 날을 특히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는 나와 비슷하다. 눈이 내려 마당에 쌓이면 탄 이는 온몸으로 눈을 즐긴다. 일부러 누가 놀아주지 않아도 CCTV로 보는 탄 이는 그야말로 지 세상이다. 마당을 질주하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눈 위에 몸을 뒹구며 노는 것 같기도 하고 공을 가져와 던지며 가져오기를 반복한다. 핸드폰 영상으로 보는 탄 이가 혼자라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탄 이는 저만의 세계에서 나름 잘 살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탄 이의 모습을 어제는 남편이 출장 가고 없어서 CCTV로 보지 못했다. 아마도 혼자서도 이 눈을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 창문을 열어 놓았더니 발이 시리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의자 밑에 작은 전기장판을 깔아서 그런지 몸은 춥지 않은데 발이 시려서 양말을 챙겨 신던지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 양말을 신어야겠다.


눈이 내린 날은 날이 생각보다 그렇게 춥지 않다. 오히려 한파는 눈이 내리지 않은 날 온다. 창문 밖 난방공사의 연기만 보더라도 오늘은 연기가 위로 솟구치고 있는 것을 보니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다.


겨울이라 꽁꽁 닫고 있던 창문을 여니 차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진다. 여름에는 매일 듣는 소리라 크게 느껴지지 않은데 겨울에는 전혀 소음이 들리지 않다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차 경적소리가 아침의 사색을 깬다.


오늘 햇살은 왜 이렇게 따사로운지, 얼굴에 비치는 햇살로 따스함이 전해온다. 따스하다 못해 뜨거워진다. 자외선을 생각해 얼굴을 정면으로 쏘이면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햇살을 받을 수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감고 사색하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좋다.


글을 쓰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여유다. 누군가는 시간 많고 할 일 없으니 그런 여유도 느끼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많고 여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나만 해도 불과 몇 년 전 똑같이 집에서 하릴없어 심심해하면서도 이런 여유를 가지지는 못했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스스로 노력했기 때문에 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처음에는 글을 쓰느라 글에만 집중하고 자연을 느낄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앉아 3년 넘게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 시간만큼은 잠시 여유를 느낀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니다. 어느 날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자연을 느낄 여유가 없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삶은 연속이고 반복이며 습관이다. 어떤 날은 기분 좋고 어떤 날은 울적하고 어떤 날은 고통스럽고 또 어떤 날은 삶의 평온을 느낀다. 그런 세월이 조금씩 쌓여 자신만의 여유를 느낄 시간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여유라고 하면 경제적인 것만 생각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것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모두 마음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처럼 모든 삶이 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만은 않다. 단 그렇게 보일 뿐이다.


눈 오는 날 아침 자연을 만끽하며 쓰는 이 글이 나에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여유를 준다. 따뜻한 햇살에 눈이 다 녹기 전에 호수 공원에 나가 눈을 느끼고 와야겠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진다. 시원하다. 엉덩이는 따뜻하고 머리는 차가운 이 느낌이 좋다.


오늘을 살자 다짐해 본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느끼고 사랑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오늘이 내 삶에 가장 소중한 날이다. 그저 그런 날이 아닌 매일 특별한 오늘. 그 오늘은 자신이 만들어가기 나름이 아닐까 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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