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이 단어가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나를 옹호해 주는 것만 같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싫든 좋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또한 그것들을 수행하기 위해 일과 사회, 가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양한 역할 속에서 때때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고. 그런데 어디 그런가?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면 자신보다 남편, 자식, 부모를 챙기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생각해 보면 50대에 갱년기가 오는 것도 당연하다 싶다. 그 많은 것들을 자신보다 주변을 챙기며 살아왔는데 어느 시기가 되면서 자신은 쓸모있는 사람보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간다. 그동안 괜찮았던 몸은 여기저기 아파오고 다니던 직장은 이런저런 여러 가지 문제로 그만두게 된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도 딱히 들어갈 만한데도 없고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은 어느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남편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그마저도 남편과 사이가 좋거나 원만해야 할 수 있는 말이니 어디 오십이 온전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십이 좋다. 오십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로 사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동안은 엄마로 아내로 자식으로, 그리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 나의 시간을 썼다면 지금은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내고 있다. 혼자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일상의 시끄러운 소음에서 한 발짝 멀어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못하던 운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명상을 즐긴다. 그동안 못했던 여행도 적극적으로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들도 하나씩 찾아보는 중이다.
50은 바라보는 관점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재미있고 활기차게 살 수 있지만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로 힘들어하고 무기력해지면 또 한정 없이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한다.
블로그 이웃들을 보면 새로운 취미나 배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열정을 쏟는 이웃들이 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취미로 배우기도 하고 인생 전반에 필요한 자격장을 따기도 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나처럼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에 도전하기도 한다. 다양한 이웃들이 있다 보니 좋은 자극과 영향을 받는 것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장점이기도 하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인생 버킷리스트를 썼다. 항상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실제로 적어본 적은 처음이다. 적고 보니 버킷리스트가 27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것을 하고 싶었나 놀라는 중이다. 그중 몇 개는 이미 달성했고 지금 진행 중인 것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버킷리스트로 적어보니 더 적극적이고 하고 싶은 것이 계속 늘어난다. 이 버킷리스트는 매일 보며 어떤 것은 수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지우고, 그것보다 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추가하면서 계속 바뀌기도 한다.
나로사는 시간에는 일상에서 매일 하는 반복적인 일들뿐만 아니라 나의 버킷리스트도 포함된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적어보고 해 보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것들을 적으면 이룰 확률이 높아진다. 매일 적어놓은 것들을 말하고 상상하고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다 보면 그것들이 하나씩 해결된다. 그런 경험 중 하나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작가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올해 버킷리스트 중 화성 효 마라톤 10K 완주가 있었다. 그런데 4월 무엇 때문인지 일정을 잘못 체크하는 바람에 접수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포기했을까? 아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어떻게든 연결이 된다. 이럴 때 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2월 홈쇼핑에서 경포대 호텔 숙박권 방송을 할 때가 있었다. 강원도로 여행 가기도 좋고 여름휴가 때 쓰기도 괜찮을 것 같아 방송을 보고 신청을 했다. 사실 신청만 해놓고 깜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24년 후반기 마라톤' 하고 일정 검색을 하니 '경포 마라톤 대회'가 있지 않는가? 갑자기 호텔 숙박권이 생각이 났다. 마침 신청해 놓은 숙박권도 있고, 강릉 여행도 다녀오고, 마라톤 대회 참가도 하고 이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라는 생각에 얼른 검색하고 신청을 했다. 어쩌면 숙박권이 없었다면 일부러 강릉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숙박권 덕분에 강릉까지 가서 마라톤을 뛸 수 있어서 좋다. 보통 마라톤은 도심이나 산을 끼고 뛰는 마라톤이 많은데 경포 마라톤은 경포 해변을 뛸 수 있으니 어쩌면 5월에 뛰지 못한 것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행운 같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도미니칸 대학교 심리학 교수 게일 메튜스는 목표를 손으로 쓰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42%나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50이 넘어지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그것을 이룰 확률도 더 커진다. 그동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시간을 갖는데 일정 부분 노력을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아티스트 웨이》를 쓴 줄리아 카메론에게 한 중년 여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제가 피아노를 잘 칠 때 즈음이면 몇 살이나 되는지 아세요?" 그러자 카메론이 대답했다.
"물론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그 나이를 먹는 것은 마찬가지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나로 살고 싶다가도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가 없고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면 한 번쯤 되새겨 볼 얘기다.
나는 나로 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질수록 시간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근무 시간이 빨리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휴일은 보상심리로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시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바쁘게 살았고 주어진 일만 하며 살았다. 지금은 나를 돌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똑같은 24시간을 보내도 더 생산적이고 더 활동적이며 더 열정적이다.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하는 일에 대한 집중력은 높아졌다. 무엇보다 나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생겼다. 이런 결과는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온전히 내가 나의 시간을 통제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시간관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모두 같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건 결국 어떤 일을 내가 좋아하고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을 줄여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잠을 줄여서 무엇을 하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나도 무엇을 시작하려고 할 때 항상 잠을 먼저 줄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면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 나의 시간을 루틴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만큼은 사수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잠을 줄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일상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자신에게 우선이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의 나로 사는 이 시간을 선택했고 오늘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산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