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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Aug 12. 2024

아빠 노치원 보내기


8월 1일부터 시작된 아빠 노치원 보내기 프로젝트가 일주일을 넘겼다. 노치원은 아이들 어린이집 가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주간 보호센터 가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일이다. 아침 등원시키고 주간 보호센터에서 활동 후 오후 하원하는 일이다.


아침 8시, 등원 전 7시 40분이면 아빠 등원을 시킬 준비를 해야 해서 전화를 하고 cctv를 본다.

친정 아빠가 예전과 다르게 약간의 치매 초기 같은 증상도 있으셔서 친정집에는 여동생이 cctv를 달았다.

다행히 아빠는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자식들과 엄마 다 알아보시고 사람 말도 다 알아듣는다. 단지 인지가 흐려져 딱 어린아이 수준으로 돌아가고 계신 것 같다.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아빠 주간보호 등원시키기는 프로젝트처럼 진행된다. 아침 일찍 엄마가 아빠를 어느 정도 준비를 시켜놓으면 8시 차량 타시기 20분 전에 cctv로 확인한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아빠가 하 실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도록 전화 통화를 하며 확인한다.


"아빠 화장실 다녀오셨어? 물 껐는지 확인하고 화장실 불도 껐지 아빠?"

"창문 닫으시고... 텔레비전 이제 끌게요. 전등도 끄고 선풍기 껐죠?"


그런 것들을 다 끝내고 나면 아빠는 항상 마지막 말을 하신다. "우리 딸 고맙다" 그러고 나시면 당신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전화기를 끊는다.


그럼 다시 전화해서 전화기 끊지 말라고 하면 다시 웃으면서 '아 그래. 알았어' 하시는 아빠가 귀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점점 어린아이 같아지는 아빠가 안타깝기도 하다.


천천히 하나씩 얘기하면 신기하게도 아빠는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하다가도 말을 듣고 다 하신다.

그러면서 하나씩 마무리를 시키고 난 뒤 아빠와 주간보호 센터 밥은 어떠냐. 친구분들은 어떠냐 물어보면 50분이 조금 넘는다. 오늘 55분에 내려보냈더니 아빠가 조금 늦은 모양이다. 차량 선생님 전화 호출이다.


"집 앞에 도착했는데 어르신이 안 보여요"

"55분에 나가셨는데요. 잠깐만요. 전화드려볼게요" 하고 아빠한테 전화를 했더니 방금 막 타셨다고 한다.

내일은 50분에 내려보내야겠다.


어찌 보면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었다면 어렵지 않을 이런 일들도 함께 하지 못해 어려움을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형편이 있고 사정이 있으니 거기에 또 맞혀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불평과 불만보다는 해결점과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일임을 깨닫는다.


올 초 집 앞에서 뺑소니 교통사고가 있어 허리를 다치신 아빠가 거동도 불편하고 허리 통증도 있어 몇 달을 집에 계시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다.


몇 달 전 그런 아빠를 허리 시술을 시키고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혼자 걷고 스스로 거동을 하시면서 다시 아빠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정말 거동도 못하시고 불편함이 계속되면 어쩌나 요양병원에 가셔야 하나 고민이었지만 의지가 강하신 아빠는 허리 수술 후 통증이 조금씩 호전되자 스스로 운동도 하시고 의지를 가지신다.


몇 달 전만 해도 아빠는 아빠를 포기하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작년 12월까지 하셨던 용돈벌이 노인 일자리도 나이 때문에 잘리고 너무 무료해진 아빠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술을 드셨다. 평소에도 좋아하시는 술이지만 이때는 좋아서 드셨다기보다 아마 할 일이 없으니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몰라 술을 드시고 그 술기운에 잠이 들고를 반복하셨던 거다.


그런 아빠를 어떻게 해야 아빠의 의지대로 술을 안 드시고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요양 등급도 받고 요양보호사를 부르는 게 아빠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주간보호 센터를 가시는 게 도움이 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여기저기 요양보호사도 알아보고 주간보호 센터 예약 등록도 해놓은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우리의 기준에 맞는 요양사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집에서 가까운 주간보호 센터는 자리가 나지 않아 신청을 해놓고도 몇 달을 기다렸다.


그러다 7월 말 우연히 복지관 주간보호 센터에 자리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등록을 시켰다.

정말 다행히도 아빠는 일주일 다니시며 적응도 잘하시고 노치원에 가시는 게 좋으신 것 같다.


지금 이대로 빨리 진행되지 않고 아빠가 아빠의 의지대로 거동하시고 인지하시며 자신의 할 일들을 수행하며 유지되는 삶이 길게 이어갔으면 좋겠다.


친정 일을 보러 갈 때면 나는 마음이 급해지나 보다.

직장을 그만두고 차를 운전하는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하루 종일 주차장에 서있는 내 차를 볼 때면 차한테 미안해지기도 하고 관리 못하는 주인을 만나서 가끔은 배터리가 나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친정에 다녀오기만 하면 얼마 있다가 과태료가 날아온다. 다른 곳에 갈 때는 괜찮은데 왜 맨날 친정에 다녀오고 나면 과속 과태료가 날아올까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나 보다. 지난 금요일 또 과태료를 받아보고 이런 돈이 제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돈이면 맛있는 거 한 번 사 먹는 게 나은데 생각은 전혀 과속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미묘하게 찍히는 걸 보면 한 번 더 명심해야겠다.


아빠가 온전히 노치원에 적응하고 잘 다닐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 지금 현실에 안 되는 일을 걱정하고 짜증 내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준다.


아빠는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빠 죽은 다음에 제사상에 많은 음식 차려놓고 제사 지내봐야 나는 모른다. 살아있을 때 장면 한 그릇 사주는 딸이 더 좋다"라고 하신다. 시아버지도 아빠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더 신경 써야겠다.


아침에 "우리 딸 고마워" 하시는 아빠의 말이 귀에 맴돈다. 아빠. 우리 아빠. 사랑합니다. 지금 이대로도 좋으니 오래 함께해요.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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