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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상믿 Aug 20. 2024

연습과 꾸준함은 필수다


매일 아침 남편과 함께 먹는 식사 준비로 아침 시간은 나에게 바쁜 시간이다. 그러다 남편이 일로 출장을 갈 때면 혼자만의 여유를 부려본다. 가끔은 30분 늦잠을 자기도 하고 때로는 뒹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남편이 옆에 있으면 생각 없이 아침 루틴을 하게 되는데, 없을 때면 나도 모르게 조금 해이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몇 분간 나 자신과의 실랑이를 하다가 겨우 마음을 잡고 발끝 치기부터 시작한다. 


뭐든 오래 하면 습관이 들어 마음도 편하게 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잠깐의 일탈이 언제든 나를 찾아오니 말이다. 가까스로 나를 이겨내고 오늘의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확언을 한다. 그렇게 아침 루틴을 마치고 평소와 다른 아침이라 레몬수 한잔 마시고 간단한 야채주스를 갈아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든 생각인지 아침 마라톤을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친구와 통화 중 친구는 3km 마라톤은 뛰겠는데 5km는 조금 버겁다는 말에 3km를 뛰면 5km도 뛸 수 있다며 격려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말한 나도 요 근래 바쁜 일들로 마라톤을 뛰어본 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면서 친구한테는 과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정작 3km를  매일 뛰는 친구가 나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ESTJ다. T는 계획형이라고 하던데 나는 중간인 것 같다. 참 인간성 엿보이는 일이지만 나는 남과 하는 일은 계획형을 좋아하고 쉽게 바꾸려 하지 않지만, 혼자 하는 일은 또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남과 하는 일은 예측하기가 어려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싫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혼자 즉흥적인 것을 잘 즐기는 편이다. 


그렇게 야채주스를 한잔 마시고 생각할 틈도 없이 옷을 입었다. 얼굴도 씻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얼굴 씻고 다른 것들을 순서대로 하다 보면 또 이것저것 걸리는 것들과 생각이 복잡해지는 게 싫어 바로 옷을 입고 런데이를 켰다.


런데이는 러너들이 사용하는 앱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사용 중인데 달리면서 계속 달리고 있는 킬로수를 알려줘서 좋고 음악도 듣고 아무튼 편리해서 잘 사용 중이다.



집 앞 공원에서 시작된 러닝은 시작하자마자 땀이 줄줄 흐른다. 레깅스를 입지 말고 반바지 입고 나올 걸 순간 후회가 든다. 달릴 때 무릎을 잡아주는 것 같아 러닝 할 때 자주 입지만 이 살인적인 더위에는 반바지 보다 못하다. 그렇게 뛰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선크림도 안 바른 게 생각났다. 아무리 바빠도 선크림은 바를걸.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나오면 이런 일들이 허다하다. 이어폰도 안 가지고 나와 그냥 핸드폰 소리 음량을 높였다. '어이쿠 진짜'. 그러나 이미 늦은 것 탓해야 소용없다. 얼른 마음을 내려놓고 달려본다.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은 그게 뭐가 됐든 하는 행위만으로 많은 것을 준다.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생각지도 못한 사색을 준다. 지나가다 마주한 꽃을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진흙 웅덩이에 깨끗한 신발이 더러워져 또 우리네 삶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른 아침 '경작금지구역' 텃밭에 나와 고구마 줄기며 고추를 따는 허리 굽은 할머니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이일을 하셨으면 좋겠고, 달리다가 만난 사이좋은 중년부부의 아침 운동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어딘가 아픈 듯 힘도 없어 보이는 빼빼 마른 여자분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는 동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반려견과 산책 나온 아저씨의 일상이 평화로워 보여 좋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하는 운동은 운동뿐 아니라 많은 것을 사색할 꺼리를 준다.



개인이 혼자 마라톤을 뛰기엔 거리가 충분해야 하는데 이곳은 평지만 뛰기엔 거리가 다소 짧다. 차 없는 도로를 쉬지 않고 뛰려고 하니 평지 3.5km, 공원 1.5km를 뛰어야 5km를 뛸 수 있다. 런데이를 5km로 정해놓고 뛰기 시작한 러닝이 3.5km를 뛰고 나니 힘에 부쳤다. 친구한테 호언장담하며 5km는 그냥 뛸 수 있어했는데 괜한 소리를 했다. 평소 다른 운동을 하고 있어도 연습은 필수이건만 너무 안이하게 얘기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며칠 뒤 815런을 함께 뛰기로 한 친구는 5km를 뛰고 나는 10km를 뛰겠다고 했는데 수정해야겠다. 이 더위에 10km는 무리다.


살다 보면 유연함이 필요하다.

무언가 준비되지 않은 걸 억지로 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더 그렇다. 연습도 꾸준함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목표한 것들이 한 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운동을 꾸준히 하며 느낀다. 하루는 죽어라 할 수 있지만 계속하지 못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다. 기록도 오늘과 내일이 비슷해야 기록이지 하루 반짝 기록은 기록이 아니라 발악이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글쓰기 영감을 받는다. 그리고 운동은 지금의 나에게 일석삼조의 시너지를 준다.

운동을 해서 좋고, 글감을 주니 글을 써서 좋고, 또 이렇게 사색하는 시간을 주니 삶이 풍요롭다. 그러니 운동이 지금의 나에게 일석삼조의 좋은 일들을 만들어 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5km 러닝을 무사히 마치고 공원 벤치에 앉아 핸드폰 노트를 열고 30분 잠깐 동안 써 내려가는 이 글이 집에서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했다면 아마도 2시간 이상은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공원 벤치 그늘에 앉아 30분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갖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나의 등 줄기 땀을 식힌다. 거세게 막바지 울음을 내뿜고 있는 매미소리도 좋고, 시원한 바람에 몇 개 떨어진 나뭇잎이 나뒹구는 것도 좋다. 사람들의 평범한 아침 일상을 마주하는 이 평범함도 좋고,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아침 공원의 풀 내음도 좋다. 오늘 러닝을 하면서 든 생각을 이렇게 글로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감사하고, 또 그런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살고 있어 감사하다.



우리네 삶도 러닝처럼 연습과 꾸준함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힘들고 어려워도 연습하고 꾸준히 잘 살다 보면 또 좋은 일들이 생겨난다. 러닝 후 잠깐의 휴식이 이렇게 달콤한 것처럼..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지금 여기에서 행복합시다^^

"오늘도 성장"

- 말상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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