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면
집 앞마당 한편에
꽃나무 한 그루 키우고 싶다.
긴 겨울을 견디고
가느다란 가지 위에 꽃물이 오르면
앙상한 내 마음에도 꽃눈이 피어난다.
짧은 봄의 온기에 취해
눈부신 찰나를 맞이하고는
숱한 슬픔 머금은 꽃잎이
눈물처럼 바람에 흩날리더니
긴 여름 뙤약볕을 묵묵히 견디어
서글픔 하나하나 마디에 맺힐 때
서늘한 가을바람맞은 시린 여정은
안으로 안으로 영글어 열매를 맺는다.
주렁주렁 매달은 삶의 의미가
차디찬 냉기에 치여 떨어져 나가면
무거운 슬픔은
바람과 함께 울부짖는다.
겨우내 죽은 듯 키워 낸 것은
아래로 자라는 내면의 뿌리
그렇게
삶은 마당 한 편에서
천천히 다시 여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