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육아에 대한 '문화'가 조금씩 변화됨을 느낀다.
육아를 주말 예능 혹은 프라임 시간에 편성함으로써 육아 저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육아 프로그램으로는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이 있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는 주 양육자에서 소외된(자의든 타의든) 아빠가 전면에 등장하여 아이들과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소소한(?) 여행을 통해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심어주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아빠가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세 쌍둥이 아들 키우는 아빠의 일상,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아이를 키우는 파이터 아빠, 두 아들을 키우는 귀화 연예인 등 많은 에피소드가 생겨나고 또 만들어진다.
그리고 최근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문제아가 나오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를 통해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영향력이 큰 미디어의 힘
정치 사회적으로 '문화(유행)'를 만들어 내는 것에 미디어의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202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지털 TV 보급율은 95.6%, 데스트톱 컴퓨터 52.5%, 노트북 컴퓨터 34.1%, 태블릿 PC 31.2%, 개인 스마트폰 보급율은 94.2%로 조사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미디어를 통해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없이 많이 만들어지는 유튜브 플랫폼 콘텐츠를 통해서도 미디어의 힘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견고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언제-어디서-누구와 있던 미디어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일보 칼럼(2023.02.13)을 보면 미디어의 영향력은 때로 너무 광범위하고 때로는 다른 조건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밝혀내기 쉽지 않지만, 미디어의 효과가 미디어 메시지, 수용자, 맥락 및 상황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미디어의 힘은 '있다' 혹은 '없다', '크다' 혹은 '작다'라는 명확한 대답보다는 '특정 조건과 상황에서 특정 미디어 메시지에 노출된 특정 집단의 사람에게 어떤 유형의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고 하였다.
미디어의 힘은 실로 크고 대단하지만 그것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영향력을 밝히고 수치화하려면 표본의 객관화가 중요한데 처해진 조건과 상황이 다른 개개인의 특성상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이 처한 조건과 상황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
미디어에서의 육아
이처럼 영향력이 큰 미디어는 육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과 문화를 많이 변화시켰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가 이전과는 다르게 많이 늘어났으며(물론 아직도 부족하지만), 솔루션 해결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핀셋처럼 문제해결하는 육아 방식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주목하지 않았던 소수의 문제 아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전혀 다른 방식의 영향도 받게 되었다.
- 매주 주말에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것이 가능한가? 그럴 돈은 있나?
- 여행을 가는 곳마다 기다리지도 않고, 줄 서지 않으며, 사람도 없는데 그곳은 어디란 말인가?
- 저 많고 좋은 장비를 구비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 넓디넓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데, 내 돈벌이로 저렇게 갖출 수 있을까?
- 고급진 식당, 비싼 음식을 매번 먹일 수 있을까?
- 내 아이가 저렇게 망나니면 어떻게 해야 하지?
- 내 아이가 저런 문제아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과거 육아를 했고, 앞으로 육아를 할 일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추억을 되새기는 재미를,
결혼이 한참 남은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재미를 주었지만,
육아 중인 부모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미혼인 사람에게는 육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믿는다는 사실 자체다.' 나치 독일의 괴벨스(1897~1945)의 말처럼 육아가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점보다는 두렵고, 어렵고, 성취 불가능한 무언가라는 것을 대중들이 믿는다는 사실 자체가 '육아는 어렵고 힘들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육아는 행복이자 축복인가?
요즘 같은 시기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권장되지 않는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집값, 양육비와 교육비, 경력단절, 늘지 않는 수입등을 고려해 볼 때 오히려 저출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설령 아이를 낳았다 하더라도 아이로 인해 엄청난 인고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주위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를 다시 낳을 거라고 말할 것이다.
타입슬랩을 통해 과거로 간다거나, 과거에 이랬을걸 하는 후회도 하지 않는다.
행여라도 지금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을 넘게 웃는다. 서로를 한없이 기대고,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좋은 것을 볼 때 아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 있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 모른다. 우리 아들에게 있어 지금 이 순간은 매일매일이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 모른다.
이런 매 순간순간이 행복이자 축복이다.
행복의 시계는 늘 그렇듯 빠르게 지나간다.
세상에 금쪽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금쪽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엔 슈퍼맨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평범한 아이들이 있고 그 수만큼 다양한 성격과 특징이 있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평범한 아빠, 엄마가 있고 그 수만큼 다양한 사랑이 있다.
어찌 보면 육아만큼 단순한 것도 없다.
배고프면 밥 주고, 더러우면 씻기고, 졸리면 재우고, 위험한 것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인류는 그렇게 발전되어 왔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다.
인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육아는 일상이며,
육아는 인류가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오래도록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문화라는 사실에도 변함은 없다.
시청률로 먹고사는 미디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자극적이어야 대중은 끌리기 때문이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제는 우리들이 바뀌어야 한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흐름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디어를 통해 느끼는 육아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육아가 주는 행복과 축복을 느낄 때도 되었다.
세상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과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