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 아들을 한참 동안 바라본 적이 있다.
숨은 쉬고 있는지 콧잔등에 손을 가져다 보기도 하고, 심장은 잘 뛰는지 가슴을 만져보기도 한다.
손은 따뜻한지, 혹시 발은 차갑지 않은지 만지작 거리며 머리를 쓰다 듬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나와 닮은 곳이 있고, 또 다르게 보면 아내와 닮은 곳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한없이 쳐다보고 살포시 미소 짓는 게 사랑일까?
이런 내 마음은 어떤 것인가?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 사랑은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전의 정의처럼 내가 아이를 사랑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렇다면 아이를 향한 사랑의 크기는 어떨까?
내가 사랑하는 이 묵직한 마음을 아이는 느끼고 있을까?
크고 작은 사랑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물체는 구체적인 모양을 지니고,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모양은 없지만, 내 마음 한가득 차지하면서 변하고, 커지고, 벅차오르는 등 사랑의 감정에 대해 물리학적으로 설명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물리학에서 시간에 따라 물체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운동이라고 하며, 운동은 거리, 속도, 가속도, 시간, 속력과 관련된 기술을 말한다.
아이작 뉴턴은 이러한 운동에 대해 3가지 법칙을 발표한다.
뉴턴의 운동법칙
- 제1법칙 : 관성의 법칙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물체는 계속 그 상태로 운동하려고 하고,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한다."
- 제2법칙 : 가속도의 법칙
"운동의 변화는 가해진 힘에 비례하며 힘이 가해진 직선 방향으로 일어난다."
- 제3법칙 : 작용 반작용의 법칙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첫째, 사랑에 관성이 있는가?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게 되면 몸이 앞으로 쏠린다.
멈추기 전까지 몸은 그 상태로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감정은 때로 바뀌기도 한다.
아이의 짜증과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면 언짢아지기도 하고, 나를 향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사랑의 부피는 말도 안 되게 커진다.
외부 변화에 따라 감정의 크기가 일부 변화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에 대한 근원적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아도 아이에 대한 사랑은 지속되며, 일부 감정이 변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근원적인 감정은 쉽게 가라앉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관성의 법칙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다르다.
둘째, 사랑에 가속도가 있는가?
아이를 향한 사랑은 가해진 힘(사랑)에 비례하여 작선이 아닌 사방으로 펼쳐진다.
사랑의 마음이 가속도가 붙어 특정한 상황에 더 커지는가? 혹은 작아지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생긴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마음,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생겨진 마음은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가속도라는 것이 없다.
그 자체로 이미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큰 마음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가속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셋째, 사랑도 작용 반작용이 존재하는가?
이 주제로 글을 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들에게 'Yes! 과학이 최고야' 중 한 권을 읽어 주었는데, 거기에 무려 '작용/반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다.
로켓이 하늘 위로 날아오를 때 작용하는 힘,
대포를 쏘았을 때 날아가는 힘과 반대되는 힘,
수영을 하거나 땅을 걸을 때 작용하는 힘..
무엇인가에 힘을 가하면, 그만큼 반대로 작용하는 힘은 같고 방향은 반대인 경우..
아이에 대한 사랑에 작용/반작용이 존재할까?
부모가 사랑하는 데는 소위 말해 무조건 적인 사랑이다. 조건이 없는 사랑이다.
조건이 붙지 않기 때문에 반작용이 있을 수 없다.
사랑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반작용(반대방향)은 특히나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이는 받은 만큼 사랑하며, 받은 만큼 표현한다.
아이는 받은 만큼 장난치며, 받은 만큼 안아준다.
하지만, 방향은 반대가 아니라 상대를 향해 있다. 우리를 향하고 있다.
상대를 향한 사랑이기 때문에(방향, direction)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데 조금 다를 뿐이지,
역시 아이가 바라보는 사랑도 작용/반작용은 적용될 수가 없다.
사랑의 운동 법칙이 적용될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법칙이란 것이 존재할까?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사랑은 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랑의 운동 법칙은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