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겨울이 왔다. 계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고 간다.
길가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고, 공기는 서늘하게 폐 속으로 들어온다.
몸은 잔뜩 웅크리게 되고 종종걸음을 걷게 된다.
절기상 동지라 그런지 한겨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날씨다.
날씨가 추워지면 등원할 때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두툼한 외투도 입혀야 한다. 먹을 것도 살뜰하게 챙겨야 한다.
그래야 환절기 감기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고, 건강하게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시기만 지나면 추운 날씨에 몸이 적응을 해서인지 아프지 않고 잘 넘어간다.
예년과 같이 코로나는 없어서 다행이다 싶다.
유치원 하원하는 길 모퉁이에 어느샌가 붕어빵집이 재개장하였다.
작년만 해도 4개에 천 원 하던 것이, 3개에 천 원으로 바뀌었다.
간판을 새로 만들 상황을 아니었는지 숫자 4위에 x표시를 하고 3으로 바꿔 적혀있었다.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어도 붕어빵 3개에 천 원이면 나름 괜찮은 가격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어느샌가 길게 줄을 지어 서있다.
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이렇게 서있는 걸 보면 사람들도 우리 아들처럼 붕어빵을 애타게 기다렸나 보다.
아들은 오늘도 붕어빵집 앞으로 돌진한다.
이천 원어치 사서 자기 두 개, 엄마 두 개, 아빠 두 개 먹어야 한다고 콧노래를 부른다.
여름부터 기다려온 붕어빵이었으니 얼마나 맛있게 먹으려는지..
식판에 고기와 채소, 과일과 함께 밥대신 붕어빵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연어를 먹는 곰처럼 어쩔 때는 꼬리부터, 어쩔 때는 머리부터 먹는다.
밖에서 사 온 붕어빵이 저리도 맛있을까?
매일매일 먹겠다는 얘기에 그러자고 화답한다. 기분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아내는 반찬 투정 없이 내가 만든 음식은 다 잘 먹는다.
여태껏 만든 음식 중 맛없다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내가 음식을 잘하는 것인지 아내의 음식 기준이 낮은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김치로 만든 음식을 특히 좋아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파김치를 담가보기로 했다.
파를 깨끗이 씻고 양념을 만들어 파뿌리를 중심으로 양념을 바른 후 버무리고, 깨끗한 통에다 넣어 이틀간 실온 숙성을 거쳐서 냉장고에 넣고 꺼내 먹으면 된다.
아내에게 사진을 보내고 커피 한잔 마시고 있으면 언제나처럼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무척 좋아한다.
파김치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한데 애쓴다고 말할 때마다 멋쩍기도 하다.
고기를 먹을 때나 짜장면을 먹을 때 파김치는 당분간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아들은 매운 것을 전혀 못 먹기 때문에 이건 오로지 아내를 위한 것이다.
파김치를 먹을 때마다 엄지를 치켜세우고 좋아한다.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육아휴직을 하고부터 모든 집안일은 내가 도맡고 있다.
육아휴직을 한 입장에서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과 음식을 만들고, 장을 보고, 아이 등하원 시키고..
아이와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재우고.. 하루가 짧을 때가 많다.
그중 매일 고민되는 것은 역시나 밥상이다.
육전이나 보쌈 같이 요리를 하나로 통일해서 먹는 날은 그나마 다행인데, 아이와 엄마의 식성과 취향이 다르니 매번 같은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빠른 손놀림으로 메인 반찬 두 개 이상은 꼭 만들어야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이 맛있게 먹으면 행복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와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
행복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섬세하게 느끼지 못하면 물 흐르듯 지나간다.
어제와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오늘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행복은 늘 주변에 있는 것이고, 흔하디 흔한 것이어서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특별한 계절에 만날 수 있는 붕어빵이나 맘먹고 만들어야 하는 파김치처럼 보통날에도 조금 특별한 날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그 기억은 꽤나 오래 간다.
여느 보통날이지만 음식이 주는 특별함은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글을 올리고 다시 고민한다.
오늘 저녁엔 어떤 요리를 만들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