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녀왔습니다(1편)
<2025. 2. 8. 수정, 2024년 5월에 작성한 글>
우리 집 아들이 층간소음 유발자라... 그것도 10년 째라 이제는 더 못 참고 떠나기로 했다.
내 성격상 남을 곤란하게 하는 거 정말 싫고 소심해 싫다 소리 못하는데 아들 키우다 찰진 욕은 기본이고 등짝 스매싱의 대가가 되어간다.
이제 무력진압은 아들에게 내가 당하는 터라 층간소음 관련하여 아래층에서 손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이사하고 복비 내고 집까지 고쳐서 세입자 들이는 게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여 년 세월이면 아래층도 이골이 날 터지만 사춘기인 아래층 청소년들의 이해는 세뱃돈이나 먹거리 상납으로도 해결이 안 되어서 정신적 자유와 안정을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 등 떠밀려 결심하긴 했지만, 최근 몇 년간 1층 나올 때마다 이사를 주장했던 내 뜻에 힘을 실어준 일이기도 했다.
우리 집 특수상황을 고려해 부동산 상담을 한 결과 상가주택이 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단 그 상가주택을 잘 둘러보고 왔고 다른 빌라도 둘러봤다. 아들 교육기관 근처까지 돌아다닌 후에 남편과 잠정적으로 이야기를 맞춰봤다.
장기간 한 곳에서 거주하려면 우리 집 구성원에게 적합하고 이웃에게도 피해를 덜 줄 수 있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아파트 12층 중 중층 정도에 보금자리를 튼 우리로서는 아래층과 위층 모두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라 장기 거주를 하고 있는 것은 몇 년 전부터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자폐성장애인의 경우 어려서부터 약물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지능 또한 낮은 경우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소음과 자신의 뜻대로 표현되지 않는 언어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반대로,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기에 오랫동안 불편함 없이 좋은 이웃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려면 일반적인 가정보다 여러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 남보다 손해 보지만 그것을 투자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는 서울도시개발공사가 21개 동 중 14개 동을 임대아파트로 운영하고 있다. 7개의 동만 일반인에게 분양해서 매매와 전출 전입이 활발한 특징이 있다.
이곳에는 임대아파트에 장애인 특별분양세대도 있기에 버스정류장에는 구에서 운영하는 셔틀도 다닌다.
버스정류장과 가깝고, 대중교통으로 아빠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아들에게는 참 좋은 위치의 아파트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물재생시설과 쓰레기소각장, 열병합 발전소 등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설이 있어서 보상금으로 전액 관리비가 면제된다는 특권이 있다.
위치, 주변 환경, 교통, 경제적 이익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면 참 좋은 아파트, 하지만 우리 아들의 특성이 한참 공부하고 대학입시라는 명분이 있으면 좋게 생각이 들지 않을 이웃-여기는 대치동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해 학원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들이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두고는 누구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집이 될 수 있는 것이 강남구 변두리(?)인 일원동의 우리 아파트단지다.
이사할 집을 찾다 근처 역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1층 집을 찾았다. 상가 주택을 추천해 주었던 부동산이었다. 당장 이사할 집은 아니고 집주인이 세입자가 나가면 들어와서 살 생각이 있는 집이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크고, 관리비도 30만 원대 후반 든다고 해서 고민이 됐다. 그래도, 아파트 1층이라니 좋아서 꼭 물어봐 달라고 했다. 1주일 후에 답이 왔는데,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 예정이라고 매물을 취소한다는 대답이었다.
상가주택을 돌아보고 우리 집은 나가지도 않았지만, 대략 집만 어디든 1층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여 기간 동안 여러 군데를 알아봤다.
가장 좋기는 필로티(아래층은 지상 1층 주차장이라 실제는 2층인 1층)라 아파트는 아닌 빌라를 저녁에 방문해서 찾아갔다. 필로티가 있는 아파트는 근처에 없기도 했다.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모아주택단지가 있어서 빌라가 많다. 필로티 있는 빌라는 그중에서도 신축이었다.
약속을 잡아 방문하니, 아쉽게도 우리 집보다 작았다. 매물로 나온 집의 세입자 분이 아는 얼굴이었다. 둘째인 아들이 근처 특수학교에 다니는 가정이었다. 첫째인 누나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대치동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시고 계신 가족이었다.
부동산 사장님 말씀으로는 집주인이 많이 까다로워 안 받아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신축인 데다, 관리비는 15만 원 정도. 집은 작지만 짐을 확 줄인다면 시도해 볼만해 보였다. 필로티 있는 집은 30평대 아파트 전월세 결과를 기다리던 때 다녀왔다.
1월 초, 중순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일 때인데, 적당한 집은 찾아지지 않았다. 상가주택에 가면, 쓰던 두꺼운 알집매트로 바닥을 깔겠지만 아래층이 커피숍이라 또 걱정이 있었다. 아들이 뛰면 전시해 둔 찻잔 등이 쏟아지지는 않을까 소심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당시에 살고 있는 집보다 크고 우리 집에 전세를 놓을 금액보다 1억은 저렴하고, 관리비는 7만 원 수준이며, 맞은편 세대가 집주인 대신 빌라를 관리하시는 이웃이 살고 계신 집이라 내심 마음에 들어 이사 갈 집으로 확정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빨리 결정하지 못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안전성 문제였다. 1층으로 뛰어나가는 아들의 특성상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람과 부딪힐 수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1층과 인도, 차도가 코앞이라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컸다.
남편과 나는 만족스럽게 생각한 매물이었지만, 아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분들, 그 근처 상가주택에 살아보신 분 말씀으로는 비추천이었다.
아들의 소음 발생에 대한 대응책으로 원래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곳에 살자는 생각은 지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전이 최우선이라 하시는데, 부모 좋다고 아들이 위험한 곳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살펴보았던 매물 중, 한 가지 뒷이야기가 있다.
역과 가까운 아파트 1층은 30평대에, 생각하는 금액보다 2억 정도 대출도 받아야 했다. 월세에 관리비까지 있었다. 주인이 거주해서 전세를 안 하겠다고 하셨지만, 부동산에서 추이를 보자 하셔서 한 달 정도를 기다렸다. 세입자가 나갈 때가 되면 집주인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하셨다.
한 달 후에 마음을 졸이며 찾아갔다. 들리는 부동산 사장님 말씀으로, 그 집이 일단 우리 가족을 들이는 게 내키지 않아 본인들이 들어와서 산다 했다는 거였다. 세입자 나갈 기한이 다가오자, 찾아간 날의 하루 전, 다시 매물을 내놓았다고 하셨다.
많은 것을 감수하면서도 전세 계약까지 길은 험난했다. 지금의 집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근처 아는 분들께 우리 집 사정을 말씀드리고 도움도 여럿 요청했다.
결론은 평소 아들과 남편의 잦은 산책을 눈여겨보셨고, 대치동 가까운 곳을 떠나도 될 만큼 대학입시가 끝난 1층 집주인분께서 우리 집과의 계약을 허락해 주시면서 2023년 8월부터 알아보던 이사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이사가 진행되고 거주하게 되는 데까지 이야기는 꽤 남아 있다. 이사... 쉽지 않았다.
*층간소음 3은 1년 전 써놓았던 글 내용을 오늘 수정, 추가했습니다. 제가 읽어봐도 한 편으로 내놓기에는 글의 마무리가 안되어 보였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초고를 먼저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사할 집을 구하면서 친정부모님께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 독수리 5형제처럼 날아다녔을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 층간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못 느끼고 살게 해 주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