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층간소감 02화

층간소감 2

부동산 다녀왔습니다.

by 구슬붕이

※ 층간소감 1은 브런치북으로 발행하지 않고 그냥 발행이 되어 작가글 목록에 있습니다.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1년 가까이 고민하던 글을 이제 올립니다. 오랜만에 옛날(심적으로) 이웃으로부터 연락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층간소음 2는 May 02.2024에 수정한 글>


아들내미 나이는 우리 나이로 23살, 아직 만 나이로는 21살이다. 7월이면 만으로 22살이다.

여전히 아이 같아 동요를 좋아하고, 신나는 음악 들으면 뛴다.

2020년 괌 여행을 가기 위해 골전도 이어폰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아들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듣는다.

1주일 이내에 아들 손에 뜯긴 헤프폰, 한달 이내에 부서진 헤드폰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소리에 무척 민감하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고, 직장 내에 스무 명 남짓의 아이들과 지내기에 집에서는 무음인 것을 즐긴다. 그런데... 아랫집 사람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처음 아랫집이 이사 온 건 2014년 1월 경이었다. 이사 오고 1주일 동안 3번을 올라왔다. 이사 떡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았지만, 아랫집 아주머니의 말은 이사 오기 전부터 청소하러 왔다 갔는데 우리 집이 시끄럽더란다.

이런 이야기의 시작을 층간소음 보복용 골전도기계인 "셰이크 ○" 후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홍보용 블로거 등에서 대부분의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들이리라.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었던 그전 아랫집은 딸만 둘이었고, 우리 집 아들내미보다 어리지만 비슷한 또래였다. 초등생 하나, 어린이집 다니는 둘째라 거실에서 많이 생활하고 작은 방에서는 티브이를 보는지 티브이 소리가 가끔 들리는 정도였다. 하루는 아들내미가 거실에서 방방 뛰길래 맛김 상자 하나를 들고 내려가서 아이가 뛰어서 죄송하다 그랬다.

아랫집 아저씨는 이사 왔다고 떡 돌리는 건 봤어도 맛김은 처음 받아본다며 웃으면서 이야기하셨다.

본인들은 아무 소리 못 들었다고 신경 쓰지 말라 하셔서 감사해하며 올라왔었다.


우리 집의 어려움은 인심 좋은(우리 집에서 전에 사시던 분 말씀으로는 친하게 지내니 소리 들린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고 덜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다.) 아래층 분들이 1년을 살고 나가시면서였다.

다음 세입자 가족이 이사오기 전 리모델링 동의서를 집주인 분이 가져오셨고 뚝딱뚝딱 집이 고쳐져 한 달 여 만에 새 가족이 이사 왔다.

울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었고 아랫집 큰 애가 아들로 초등학교 입학 전, 둘째가 두 살 터울 딸이었다.


우리 집 소음에 민감한 그 가족은 아이러니하게도 밤 시간이면 큰 애인 아들을 야단치는 소리가 30여 분 이상 이어졌다. 엄마가 큰 소리와 함께 훈육을 했고 아버지가 오면 간단한 체벌이 이어졌다.

보통 혼을 내면 어리니까 말로 혼을 낼 텐데 고함과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 둔탁한 소리, 약간의 신음소리까지 들려 윗집에서 들으면 공포의 시간이었다. 꼭 시간대가 밤 11시 넘어서 30여 분, 밤 9 시대에 시작하면 1시간 이상이었다.


들리는 소리에 아랫집을 내려가 보거나 경비실에 들러보았지만 우리 아파트 특성상 경비실은 비어있기 일쑤였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한 달 이상 아이 훈육소리가 1주일에 2~3차례 반복되자 아랫집의 옆집에서 누군가를 데리고 가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 집 일이니 참견하지 말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 상황에도 우리 집에서는 아랫집에 들리는 층간소음 발생으로-아들내미, 남편이 돌아다니는 발망치 소리 등- 여러 차례 올라온 아랫집 아이 엄마를 본 나는 앞뒤 정황을 알아보러 찾아가기 힘들었다. 그러다 우리 집에도 경찰이 다녀갔다.


아랫집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여러 차례 일이 있었지만 4학년 때쯤인가 도저히 못 참아 경찰서에 직접 방문했다. 그때가 아파트단지에 있는 학교에 방문해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한 후였다. 그때가 겨울방학이라 당직자가 상담했는데 내 직업을 밝히자마자 왜 학교에 와서 이야기하냐며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 했다.

이미 3차례 신고한 후라 바뀌는 게 없다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같은 직업군 선배로 보이는 그 선생님은 교감선생님께 연락 후 신고여부는 이웃 주민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거였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직접 파출소 출동이 아닌 서울 시내에 몇 있지 않은 경찰서 직접 방문에 아동담당 경찰을 만났고, 사후 방문과 관리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한 달 여 후에 경찰담당자가 아랫집 아저씨와도 직접 상담해서 재발 방지를 하겠노라 약속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날 학교의 대처는 사실 실망스러웠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연수는 왜 해마다 그 직업군에 있는지 모를 대처였지만, 그것도 실무사랑 함께 비밀유지도 없이 상담을 한 기타 등등 잘못한 건 나도 같은 직업군이니 그냥 넘어가자... 렇게만 생각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경찰은 그 당시 출동했었고 단순 훈육으로 확인하고 돌아갔다. 며칠 후 아저씨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니 층간소음 많이 심해도 우리 집에 찾아오지 않을 테니 우리 집에서 아래층에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근 2년 반인가를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신경을 끄고 살았다. 고함소리가 들려도 아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든 말든 귀를 닫고 살았었다.


2년 반 후에 아저씨가 다시 찾아왔다. 주말 아침부터 우리 집 아들이 듣는 음악소리에 잠을 잘 수 없으니 오전 10시까지는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이었다. 그리 약속하고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었는데 아들의 소음을 단속하다 보니 아랫집 소음, 들리는 모든 상황에 민감해진다는 문제가 생겼다.


마침 택배 비닐이 연속해서 6차례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고 아랫집에 내려가서 여쭤보니 자기 애들을 의심한다며 아주머니의 냉대와 거친 말을 들으며 올라왔다. 30여 분 후쯤 자기 아내가 많이 화가 났다며 왜 내려와서 아이들을 의심하는 말을 했냐는 혼냄을 듣고 훼손된 택배가 6개 정도 된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저씨는 아내분을 잘 이해시켜 보겠다며 직접 다시 가서 사과하겠다는 내 말을 만류하고 내려갔다.


그 사건이 계기였을까 아랫집 아이들의 두드림은 장난처럼 시작되어 강도가 점차 커졌다.

이제 햇수로 4년, 심한 두드림은 2년 정도 계속되고 있다.

아래층을 탓할 것만도 아닌 게 의심 많은 내 성향과 잦은 택배 배달, 아들의 자폐성향에서 나오는 돌출행동에도 있었으리라. 미안하다 말씀드려도 그때뿐이고 아들의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화냄과 짜증은 매일 아래층 가족들에게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10여 년 누적된 고통은 결국 서로에 대한 원초적인 미움과 확연한 마음의 벽이 되어갔다.

이전 01화층간소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