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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Apr 30. 2024

급식당번은 침해받기 싫다!

급식당번도 권력입니다.

어제 브런치 글을 늦게 올리고 무감각해진 마음으로 글을 올리다 보니 본인이 읽어도 재미없게 쓰여 불만이 생겼습니다. 비정기로 글감을 제공해 주는 어린이들이 있어서 써보는 사이글입니다.


 오늘 점심시간이 원인이 되어 생긴 에피소드.

 이번 해 남녀 급식당번으로 나눠 배식당번을 정하다 여학생은 4명씩 짝이 맞아 문제가 없는데 학기 초 전학으로 남학생이 6명이 되어 한 주 쉬고는 또 급식당번을 하게 되었다. 남학생이면 월요일 꿈담놀이터(철제 놀이공간), 목요일이면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하건만... 급식당번으로 한 번은 격주 한 번은 3주에 한번 꼴로 황금 같은 점심시간을 배식 봉사로 보내야 한다니... 청천벽력이 아닌가?


 남학생들에게 여학생과 함께 조를 이뤄 배식을 하면 고민이 해결된다 하니 그건 또 싫단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급식당번을 3명이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선생님이 도와주면 가능하다는 말까지 하면서 이미 결정한 바를 통보한다.

 그래... 남학생들의 뜻이 그렇다니... 수긍하고 급식을 준비했다. 급식당번이 급식카트를 끌고 들어오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동작 빠른 학생이 급식당번의 손을 보태다 문제가 발생했다.

  "빠름아, 너 급식당번 아닌데, 왜 카트에 손을   대?"

  "지금 너희들이 잘 못하니까, 내가 도와준 거 아니야!"

 급식당번 중 한 명의 서슬이 퍼런 지적과 억울해하는 도움 준 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난번까지는 같이 4명에 들어서 한 팀으로 급식당번을 했던 친구기도 했다.

 빠름이는 일머리를 잘 알고 손과 발이 재빠른 친구다. 반면 급식당번인 그 학생은 남학생 줄 제일 앞에 서야 할 순서에 본인 것을 늦게까지 챙기다 학생들의 질타를 듣고서 움직이곤 해서 눈총을 종종 받곤 했다. 그 쌓인 것이 하필 급식시간에 터지다니!

  "멋짐아~ 선생님은 도와줘서 고마운데~."

 지난주까지 조용했던 우리 학급, 그 이유가 빠름이가 교외체험학습을 여러 날 간 이유였구나 생각하며,

  "빠름아, 너 없는 동안 우리 반 친구들 한 번도 안 싸웠어. 밥 먹게 그만 싸우면 안 될까?"

 몇 번의 대거리가 들리고 빠름이는 진정하러 화장실에 다녀오고 가장 마지막에 급식을 받았다.

 혹시 급식당번이랑 배식 과정에 문제가 생길까 봐 급식당번 식사와 빠름이 식사 배식까지 선생님이 직접 한 후 자리에 앉았다.

 계속 싸울까 봐 인터넷으로 무료 애니메이션을 찾아 틀어놓고 집중하도록 했다.


 문제는 알림장을 쓰는 시간에 다시 터졌다.

 멋짐이가 빠름이의 알림장에 낙서를 한 것이다. 그것도 제일 앞줄에 있는 빠름이 자리까지 와서,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에 질세라 빠름이는 멋짐이가 교무실에서 직접 가정통신문으로 받은 동아리 관련 신청서에 야무지게 낙서를 해놨다.

  "둘 다 낙서한 거 지우개로 지워!"

 귀가 전 알림장 쓰고 줄 서서 나가야 하는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둘 다 어찌나 감정을 쏟아 혼신의 낙서를 한 건지 지우개로 지워도 연필 자국이 없어지지 않았다.

 

 알림장도 부모님들께서 확인하는 것이고 참가신청서 가정통신문은 두말할 필요 없는 문서다. 할 수 없이 해당 가정통신문(해당자가 몇 명 없어서 찾아서 뽑을 수도 없는 10여 장 한정판)

을 받기 위해 함께 교무실까지 방문해서 교무실무사님께 사정을 이야기했다.

 서로  "미안해."와 화해 시도로 악수를 하라 하셨는데 이 멋짐이 마음에 무슨 똬리가 들었는지 빠름이의 손을 힘주어 꽉 잡아 버려 빠름이는 보건실로 가야 했다. 각자 방과후 수업도 있어서 멋짐이가 보건실에 빠름이를 데리고 다녀오고 교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무사님께서는 재차 친구들의 상태와 화해 여부를 확인하고 각자의 다음 스케줄 장소로 이동하도록 도와주셨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는 급식당번인 것과 아닌 것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오늘이었다. 같은 팀인 것과 아닌 것이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었을까? 이전부터의 문제가 터진 것인지 궁금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학교자율휴업일인 근로자의 날을 마치고 몸과 마음 함께 훌훌 털고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freepik >

내 눈에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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