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내가 주문한 품목이 더 싸게 올라오다니
<대문사진: 고향길 가다 찍었던 괭이밥과 맥문동,
괭이밥 꽃말이 '빛나는 마음'입니다.
-초고에서 올렸던 '반가운 마음'이 아닙니다.>
요즘 허리 때문에 조금 움직이면 아파서 앉아있기도 힘들고 서서 일하면 쉽게 피곤을 느낀다. 그래서,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건이나 행사상품을 뒤적이며 확인하는 거다.
코코아톡 선물하기도 (이번 주 생일이 있어서 가족과 친구들 카톡, 선물 확인하다 보니 자주 들어감) 주말이면 할인하는 상품이 있어서 한동안 뜸했던 광란의 클릭이 시작되고 있다.
누군가는 구하기 어려운 공연의 티켓팅을 위해 속도 빠른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을 풀어준 후 빛의 속도로 클릭질을 한다는데... 본인은 소소한 먹거리 쇼핑과 생필품 구매 위주다.
남편과 아들이 나가서 마트에서 종종 먹거리와 간식류를 조달할 때 할인품목이 보이면 쉬고 있는 내게 전화를 해온다. 가끔은 낮잠을 자느라 남편이 보낸 사진을 늦게 봐서 꼭 전화가 걸려온다.
대개 주말 여유 시간에 누워서라도 책을 읽겠다는 의지로 브런치북에서 인문학이나 교양, 심리, 역사 쪽의 글을 읽다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는 경우다. 행간의 뜻을 이해하려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인문학, 철학 쪽은 기본지식이 있어야 이해 가능하니 수면을 위한 최상의 분야다.
가끔 눈을 뜨고 있다면 직접 구매하러 간 남편의 수고는 아랑곳없이 현란한 상품 광고, 할인에 현혹되고 있는 중이다.
이사하고 정리하느라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었건만 도움 주신 분 앞에서 민망하게 본인을 위한 선물공세에 공간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증상은 1년에 몇 번 없는 메가세일이 닥쳐올 때 더 심해진다.
이번 주에 통신사 딜 상품에 태국 마하차녹 망고가 떠서 2Kg을 구매한 것이 토요일에 도착했다. 박스가 작은 것을 보니 과일 크기가 작겠군 생각하며 개봉해 보니 올망졸망 좁은 상자 속에 6개가 들어서 서로 누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다른 과일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수입과일인 바나나, 망고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세일상품 뜰 때 구매한 것이 몇 번째다. 떨이를 사듯이 가끔 믿을만한 과일브랜드가 아니면 후숙이 끝나 바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번에 태국 마하차녹 망고를 코코아톡 선물하기에서 샀던 경험이 성공적이라 생각 없이 통신사 딜에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크기가 작지만 개수가 많고, 망고 시드의 크기가 작은 이런 보완점이 있건만 바로 전 망고의 여파로 눈이 높아졌다. 주말 동안 망고킬러인 아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리라. 하하...
어제저녁에 보니 토요일 이른 시간에 고향 친구에게 최상품 망고가 선물하기로 와 있었다. 배송지 입력 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잠들기 아쉬운 밤에 카카오로 온 소셜미디어 광고톡... 또다시 미혹의 시간이 왔다.
보기에 너무나도 실해 보이는 베트남 망고다. 며칠만 기다리면 할인으로 파는 망고가 아닌 최상급 망고가 도착하건만 눈앞에 불이 반짝이듯
이끌려 들어간다. 다음으로 망고를 가공한 젤리, 푸딩, 건망고... 이런 순서로 내 눈을 자극하고 현란한 할인쿠폰이 개업한 가게의 춤추는 광고인형처럼 손짓하며 날 부른다. 산 넘어 산이다.
아니... 김유정의 단편소설 '떡'의 옥이처럼 배고픈 여자아이 앞에 내밀어진 잔칫집의 맛있는 떡들 같다. 체해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계속 토하던 떡과 소화되지 않아 대침을 맞고서야 살아나는 옥이 같다. 다음 주에 또 허리와 등, 어깨에 잔뜩 침을 꽂고 누워 있을 내 모습과도 비슷하긴 하다.
이른 아침 이 시간...
결국 유혹에 굴복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다시는 소셜 커머스와 코코아톡 라이브, 선물하기 주말할인에 현혹되지 않으리라... 허망하게 무너진 중용의 마음을 벗어던진 나 자신을 책망하며 뻑뻑해진 눈꺼풀을 떨굴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주 이 주제글이 반복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추신: 물티슈가 지난주 떨어져서 급하게 세일상품을 샀는데... 라이브 방송 다시 보기로 어제까지 세일되는 패키지를 또 구매했다. 호기롭게 취소하기를 누르러 들어가니 이 항목만 품절이다. 취소하기냐 최대혜택이냐 고민에 빠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그만 사!"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