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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Jun 17. 2024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주말이면 으레 외출하는 줄 아는 아들은 아빠를 재촉해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간다.


요즘 들어 내가 듣던 소리들을 근처 다른 이웃들이 듣기도 하고 경비아저씨가 출동하는 것을 몇 번 봤다. 덕분에 요즘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서 너무 감사한 며칠이었다. 요 며칠은.

토요일 이사는 아닌 것 같고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위해서인가 우리 집 앞 주차공간 3개 칸이 비워지고 그 앞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기 전에는.


우리 집 호실만 쏙 빼고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다리차에 가려서 누구인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경비아저씨 복장의 한 명과 사다리차 앞에 서 있던 한 명. 사다리차 기사는 작동 중이니 아니었고. 누군가 여러 호수를 언급하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관리실 쪽 인원으로 보였고, 한 명은 경비아저씨였다. 내용으로 우리 집 이야기인 게 애들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거다.

왜 그러고 사냐고, 2층의 모 호실에서 내가 자기 위층에 있는 집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갔다는 말을 했다.


맞다. 이사 오고 나서도 이사 전 아랫집에서 들리던 소리가 들리고, 위층은 어느 건설업체의 기숙사로 임대해서 여러 명이 쓰는 곳인데 한참 작업중일 시간에 들락거리는 누군가가 있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툭툭 건드려 떼고 간다. 때로는 우리 집에 누군가 없다고 생각해 짧게 이야기나 통화도 한다. 문제는 원래 그 집을 사용하는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의 목소리다.  더 어이없는 건 예전 아래층 아이들과 목소리가 닮아 있고 가끔 그 집 아이들과 만나는 몇 명의 남학생들과 닮아 있다.

가끔 외출 후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 무언가를 트는 소리가 들리고, 위층 누수문제로 찾아갔던 날 의도치 않게 내가 듣게 되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꾼 것 같은데, 다음날 누군가 수차례 비밀번호를 누르다 실패하자 어딘가에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이라 아니겠지 그냥 비슷한 새소리겠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층간소음 보복소음으로 공황까지 왔다 했지만 결국 나만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과학이다.

나는 이미 평판을 포기했으니 예전 그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일단 관심 끄고 살련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today/article/5665915_325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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