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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달 May 17. 2024

- 에필로그 -

네, 에필로그인데, 프롤로그입니다.

10년의 결혼 생활이 끝이 났다.

전남편의 세 번의 외도와 세 번의 '이혼' 단어 끝에 정말로 이혼을 했다.

그리고 나는 싱글맘이 되었다.


이혼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머리와 가슴의 일치였다.

늘 어긋나던 머리와 가슴이 기나긴 여정 끝에 '이혼'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전남편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 감정을 깨달았을 때, 생각했다.

'아, 이제 이혼해도 되겠구나.'


이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훑고 지나갔고,  오직 바라는 것은 '평온'이다.




어쩌면 제목을 보고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엥? 시작하는 거니까 '프롤로그'지, '에필로그'라니??"

그런데, '에필로그'가 맞다.

끝맺지 못했던 이야기의 '에필로그'이니까.

그런데, '프롤로그'이기도 하다.

나의 새로운 삶을 담는 이야기의 '프롤로그'이니까.


'끝'과 '시작'은 결국 이어져있고, 모든 일은 '삶의 반직선 위의 점일 뿐'(샵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사이다.)이니.

에필로그이면서 곧 프롤로그 성격의 글을 첫 이야기로 쓰기로 했다.


사실 끝맺지 못했던 이야기를 쓰면서 줄곧 생각했다.

나는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데, 글은 자꾸 과거 회상이니,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내게 일어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다가,

두 이야기를 동시에 이어가기에는 나는 워킹맘이고, 할 일이 산더미이고, 벅차서 허우적대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꼴이 될 것만 같아서,

하나를 어서 끝맺고 현재를 기록해야겠다 하 시점이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다행이다.

관점의 전환이라고.



끝맺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계실 것이고,

내 글을 보면서 지난 아픔들을 위로받은 분들도 계 것이고,

자신의 아픔을 꺼내 보일 용기를 내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내려버리게 되어,

심심(甚深)한 사과의 말씀도 꼭 드리고 싶었다.


"고작 그깟 일에 브런치북을 삭제하다니, 브런치북이 장난입니까?"라고 화를 내는 분이 계신다면,

"네, 저는 고작 그깟 일에 힘들었습니다. 온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했습니다. 저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 일에 에너지를 쏟기에는 제 에너지의 총량이 그리 많지가 많아요. 저는 작디작은 인간인걸요. 하지만 브런치북이 장난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연재를 중단하며 '제가 저의 글을 너무나 사랑하는 모양입니다.'라고 했었는데,

글도 글이지만,

나는 한 자 한 자 적어주신 위로의, 격려의, 응원의 그 마음들을 사랑했다.

글을 읽으며 나와 함께 호흡해 준 마음들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 마음들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브런치북 삭제'를 누르면서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혹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며 몇 마디 하는 답글이 무어 그리 대단하냐 할지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랬다.

내게 '작가'감투를 씌워놓았으니, 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어엿한 '독자'이다.

그렇게 '독자'를 배신해 놓고,

이제와 또 글을 쓴다니, 네가 그러고도 '작가'냐? 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쓰면서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가! 여기! 있다!'라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시 써 내려간다.

오롯이 '나'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이 챕터는,

나의 이혼을 알리는 에필로그이자

우당탕탕 이혼을 보내는 이야기프롤로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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