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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달 Jun 14. 2024

양육비를 위해 저를 팔아요.

저는 가장이니까요.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암환자의 보호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뭐니 뭐니 해도 money 돈이다.


얼마 전 동글이와 치과에 다녀왔데 큰돈이 들어갔다.

치과는 정말 어른들(나도 어른이잖아?) 말마따나 돈 잡아먹는 곳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깨진다.

장기적인 치료로 도합 500만 원이 들었다.

다른 항목들이라서 결제를 두 번에 걸쳐 해야했는데, 한 카드로 결제를 하고, 다시 그 카드로 결제를 하려 보니 한도초과란다.

서둘러 다른 카드를 꺼내 결제는 무사히 마쳤으나 '한도초과'라는 말에 등에 식은땀이 쫙 났었다.

그날 밤 동글이는 물었다.

"엄마, 우리 돈 없어?"

"아니? 우리 돈 많~~아  근데 그 카드에 돈이 없었던 거야. 다른 카드로 해서 됐잖아! 괜찮아. ^^"

아니, 돈이 많~~~~지 않다.

그 카드에도 이 카드에도 저 카드에도 달랑달랑했다.

'한도초과'라는 말을 알아듣고, 생각 깊은 동글이는 돈이 없을까 봐 걱정했단다.


암환자의 보호자는 안다.

암 역시 돈 잡아먹는 질환이다.

친정아빠는 십이지장암으로 수술 후 1년 반 째 항암치료 중이시다.

산정특례로 항암주사니 항암약이니 저렴하게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암환자에게 드는 돈은 치료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방병원에 다니며 고주파니, 고압산소니 하는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여러 치료도 병행해야 좋고,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여러 영양제도 챙겨 먹어야 좋고,

마트에서 파는 그냥 식재료가  아닌 유기농, 무농약, 동물복지 등등 건강한 식재료를 섭취해야 좋으니,

돈이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다.

(이마저도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는 거, 안다. 지금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뭐라도 해 보는 것이다.)


우리집 요리는 손맛 좋은 전라도 할머니 담당이고, 나는 그런 건강한 식재료나 생품을 구입하는 담당인데, 요즘은 인터넷 쇼핑이 너무나 잘 되어있어서 생필품 포함 식재료까지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많이 구입하는 편이다.

물론 친정엄마가 근처 시장에서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정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나 유기농 채소 이런 건 인터넷 구매가 많다.

"싱글맘아,(오해마십시오. 엄마가 저를 이렇게 부르진 않습니다. 실명을 부르지요.) ####에서 방울토마토 사야 한다! 아! 양배추도 좀 사자!"

"싱글맘아, 세제가 떨어져 간다, 세제 좀 사야겠다."

"싱글맘아, (맨발 걷기 동료가 보내 준 사진을 보여주며)이게 면역력에 그렇게 좋다고 한다. 이거 좀 사 보자."

이렇게 인터넷으로 뭔가 사야 할 때마다 나를 부르시니 동글이 입장에서는 할머니 돈 안 쓰고 내 돈만 쓰는 것 같아 보였나 보다.

어느 날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지하게 얘기했다.

"엄마, 우리 이제 좀 아껴 쓰자. 쇼핑 좀 그만해."(누가 들으면 내가 쇼핑 중독인 줄.)

"할머니, 엄마 돈 없으니까 이제 할머니가 좀 사요."

헐.

"동글아, 할머니가 매달 돈 주셔. 이거 다 할머니 돈으로 사는 거야. 그리고 만약에 이런 식재료들을 안 사면 배달시켜먹어야 하는데 그 돈이 더 많이 들어가. 돈 많이 쓰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근데 엄마 이제 혼 벌잖아. 할아버지는 아프고, 할머니도 이제 일 안 하고, 아빠랑은 이혼했고. 엄마가 우리집 가장이잖아. 근데 너무 많이 쓰는 거 같아서..."

"우리 동글이 걱정했구나?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근데 동글아 우리 정말 괜찮아. 이것 봐. (월급이 들어온 즈음이었다. 계좌 잔고를 보여주며

) 엄마 돈 많지?"


열 살이 보기에도 이 상황은 그런 상황이구나.

 혼자 벌어서 우리 식구가 먹고살기 힘들다는 걸, 열 살은 아는데, 당시 마흔이던 전남편은 몰랐을까.



재산분할은 집 시세의 반반 해서 3억씩.

차는 각자 자기꺼 갖기.

집에 있는 전남편 소유의 물건은 전남편에게 보내기, 나머지 가전 등은 그대로 내가 사용하기.

단, 시어머니께서 이 집 살 때 보태주신 1억과 양육비 1억은 퉁.


이혼 시 재산분할과 양육비의 내용이었다.


굵은 글씨.

저 부분이 문제였다.


전남편은 늘 시어머니께서 집 살 때 보태주신 1억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나 역시 꽁으로 받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든 여유가 되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는 드려야겠다 생각했고 늘 감사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나중에 받으려고 빌려주신 것도 아니고, 우리 부부 잘 살라고 보태주신 돈이었다.

그래도 이 집 이사 나갈 때 일부는 드려야지, 계획 중이었는데 이혼을 하게 되었다.


전남편은 이혼 얘기가 나오던 그때부터 재산분할 시 어머니께 1억을 드려야 한다고 했다. 나는 드리는 것이 도리이지만, 대출 한도와 이것저것 고려했을 때 형편상 그게 안 되니 일부만 드리겠다고 했다.

전남편은 은행에 돈 빌려놓고 갚아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내가 형편상 일부만 갚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건 패륜(悖倫-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이라고 몰아갔다.


그래서 그럼 전남편이 반, 내가 반 이렇게 5천씩 드리자 했지만, 그게 결국 1억이니 그걸 본인에게 다 주라고 했다. 내가 5천을 드린다고 우겼을 때  "너 설마 엄마가 그 돈을 안 받는다고 하실 것까지 계산해서 이러는 거야? 엄마가 돈 안 받으면 그 5천 네가 도로 가져가려고?"라고까지 얘기했다.

그러면 그 1억을 어머니께 정말 드릴 거냐고 했더니, 어머니께 드리면 어차피 본인을 줄 테니, 그냥 어머니께 안 드리고 본인이 쓸 예정이라고 했다.

본인도 서울에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서울에 집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동글이가 나중에 본인 집에서 자고 갈지도 모르는데 작은 원룸에서 그런 게 가능하겠냐고, "아빠 집은 왜 이래?" 이러면 되겠냐고...

그러면서 또 하는 말이.

자신이 3억을 받으면 그 3억을 설마 다 쓰겠냐고, 집 사는 데 쓰고, 남는 부분은 동글이에게 줄 것이라고.

(남는 것이 없었나 보다._ 신혼집을 장만하느라.)

양육비의 지급 목적은 '부모가 이혼할 시 미성년 자녀가 지금과 비슷한 양육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알고 있다.

동글이가 가끔 들를지도 모를 본인 집은 그래도 좀 내놓기에 뻔지르르해야겠고, 동글이가 늘상 생활하게 될 양육 환경은 지금보다 조금 후져져도 괜찮다는 의미였을까.

어머니께서 보태주신 1억을 안 드리는 것은 '패륜'이라고 했는데, 정작 전남편은 그 1억을 드리지 않고 본인이 쓴다고 하는 것은 모순(矛盾)이 아닐까.

'패륜'과 '양육'사이의 저울질이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처음 이혼 얘기가 나왔던 몇 년 전 첫 외도 당시에, 전남편은 나와 동글이보다 시어머니가 더 소중하다 했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어머니께 1억을 드렸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드리지 않고 본인이 다 썼을까.

아니, 애초에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었으니,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냥, 본인이 조금 더 챙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혼을 결심하고 가장 첨예하게 다툰(?) 부분은 '친권, 양육권'이 아닌 '재산 분할'이었다.

원래 이혼을 할 때 남는 것은 '자식'과 '재산'이라고 하더라.

전남편의 논리는 내게 '친권, 양육권'을 양보했으니 '재산'부분을 양보하라는 것이었고,

내 논리는 양육을 하는 입장이니 양육비 1억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양육비를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매달 양육비를 받는다고 해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다. 그러니 어느 정도 양심껏 양육비를 주기를 바랐다.)

3-4개월간의 다툼 끝에, 나는, 지쳤다. 지긋지긋했다. '먹고 떨어져라' 심정이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동글이의 양육비는 전남편 입장에서는 준 것이고, 내 입장에서는 받지 못한 것이 되었다.

그래도 동글이를 위해 어느 정도 책임을 갖기를 바랐다.

매달 동글이 앞으로 청약저축 10만 원을 원했지만, 그것도 거절당했다. 5만 원도 거절당했다.

내가 전남편에게 줄 3억을 대출받기 위해(진짜 이것이야말로 '영끌'이었다.) 은행에 함께 갔을 때, 은행에서 추천해 준 매달 2만 원씩 들어가는 청약. 그것이 전남편이 동글이를 위해 주고 있는 돈의 전부이다. 동글이 생일, 어린이날 선물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상담받았던 변호사들 입을 모아 말한다.

상간녀 소송도, 위자료 청구도, 양육비도 모두 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 왜 안 하냐고.

시어머니께서 집 살 때 보태주신 1억은 증여세를 내는 증여도 아니고, 차용증을 쓴 대여도 아니므로, 드릴 의무가 없다고.

아니, 애초에 양육비는 '퉁'쳐질 수가 없는 성격의 것이라고.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그냥, 지쳤다.


이혼 후 언젠가 시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양육비는 한 번에 1억을 줬다고 들었다.."

"어머니.. 그게요.. 집 살 때 어머니께서 보태주신 1억이랑요, 양육비 1억을 퉁 치지자는거예요.. 오빠가 그렇게 하자고 해요..."

"그건 나는 모르겠고~~"

어머니께 전남편이 어떤 자식인지.. 안다. 나 역시 자식 낳아 키우는 입장에서, 내 자식이 가장 소중하다. 다 안다.

그런데, 양육비는 며느리가 쓰는 돈이 아니고, 손녀가 자라는 데 필요한 돈이다.

그것마저 이리 모르겠다 하시면..

나는 방법이 없다.


문득문득 생각한다.

특히나 이놈의 '돈'이 달랑달랑하거나, 동글이가 '돈'걱정을 할 때는 더더욱이 간절해진다.

양육비라도 끝까지 싸워서 받아야 했나?




그리고, 글을 썼다.

그런 목적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에 힘을 주는 독자분들이 생겼다.

천 원, 이천 원, 만원, 오만 원.. 응원도 몇 번 받았다.

이렇게 돈을 받고자 쓴 글이 아니었고, 내 글이 뭐라고 '응원 금액'까지 보내는지, 이 돈을 받아도 되는 건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동글이 "이제는 엄마 혼자 벌잖아."라는 말에, '아 나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나를 팔아, 결혼 생활을 팔아, 양육비에 보태야겠다.

하던 참에, 전남편이 글을 보았고, 글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를 파는 글을 쓴다.

월급의 반 이상이 대출 갚는 데로 나가고, 나는 아직 열 살의 보호자이고, 나는 암환자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이다.

뭐든, 해봐야겠다.

나의 최종목표는 출간이다.

할 줄 아는 게 읽고 쓰는 것 뿐이라.

열심히, 나를, 팔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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